이세돌과 인공지능

2016-03-08     이종일

알파고(AlphaGo) 오늘 세기의 대결 
대부분 이세돌 완승 예상
‘만물의 영장’ 인간의 위대함 확인 

반대 결과 시 파장 만만치 않을 듯
기계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이래저래 인간-기계 대결 결과 주목

두산백과 사전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한마디로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명령하는 ‘인공된 지능’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이 기술은 첨단과학이나 의료분야 뿐 아니라 생활 가전제품에도 인공지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밥 짓고 빨래는 기본이고 청소도 대행해주고 애완로봇의 역할도 수행하며 존재의 영역을 날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 사랑도 나누고 바둑도 같이 두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2013년 개봉된 영화 ‘Her’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이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줄 아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황당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감독의 치밀한 구성과 연출은 제법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남의 편지를 대필해주며 외롭게 혼자 사는 주인공은 온라인상에서 만난 가상인물과 대화하며 사랑을 나눈다.

결국엔 파경을 맞지만 과정을 통해 주인공은 사랑을 돌아보고 새삼 일깨우게 된다. 아무리 세상이 기계화되고 로봇의 활용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인 인간의 사랑을 대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대상이고 객체일 뿐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에서 공개한 ‘로봇 윤리 헌장’ 초안에는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순종하는 친구·도우미·동반자로서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는 일방적으로 주인공을 떠남으로써 주인공에게 상처를 남긴다. 결국 로봇의 윤리 헌장을 위배한 행위로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프로그램을 주도한 인간의 배반인 것이다.

‘알파고(AlphaGo)’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이세돌 9단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다. 알파고는 구글 소유의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마인드가 개발했다. 이세돌은 전남 신안 앞바다 비금도 섬에서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이 둘이 오늘(9일)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대국을 갖는다. 이세돌 9단은 승리를 자신했고 알파고는 지난 10월 판 후이 2단에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세계최강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진 이 흥미 진지한 기획은 바둑 애호가 뿐 아니라 과학자와 일반인에게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중파 TV에서 생중계를 진행하는 것만 봐도 그 관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세돌의 우세를 점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듯하다. 구글의 목적은 단지 최고의 바둑 프로그램의 탄생에 있지만은 않음을 예측 할 수 있다. 인간의 편리를 담보한 상업적 성과와 타 분야로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알파고가 돌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역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위대함과 기계의 한계를 역설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표현할 것이다.

바둑에 문외안인 내가 한수 둔다는 친구에게 물었다. 누구의 승리가 예상되는지? 친구는 대답의 가치를 못 느낀다며 이세돌의 패배는 인간의 멸종을 예견하는 것이라고 오버하며 흥분한다. 인간 본연의 정서와 정신의 집약인 바둑을 기계와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모양이다.

이 대국의 결과는 바둑의 본질에 중요하지 않다. 바둑 속담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끼리도 바둑을 두면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있다. 선조들은 바둑을 통해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열었다. 이세돌은 아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대국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기계로 가득한 연구실에서 물리적으로 탄생한 알파고와 바닷바람 맞으며 파도소리 벗 삼아 아버지와 마주하며 배운 이치를 상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알파고의 뇌에는 복잡한 회로와 차용해온 다양한 수를 저장하고 있지만 이세돌의 가슴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기러기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