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웃자, 더 당당한 여성!”

2016-03-07     부형주

오늘 108주년 ‘3·8세계여성의 날’
소외받는 사람 위한 고민 계기 기대

“언니야 이제 고마 집에 가자.” 고향을 애타게 그리며 죽어가던 어린소녀들의 모습에 객석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가라앉았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의 한 장면이다.

‘귀향’은 제작부터 개봉하기까지 무려 14년이란 시간이 걸린 영화다. 예산부족과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7만5000여명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등 국민들의 후원과 배우·제작진들의 재능기부 등을 통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귀향’은 진정성이 인정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개봉 열흘만에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211만명)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픈 역사에 대한 국민적 자성에 대한 공감이다.

잊어서도 안되고 잊혀져서도 안되는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영화 ‘귀향’은 단순히 한 나라를 비난하거나,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영화 이상이다. 여성이 전쟁 도구가 된 끔찍한 전쟁범죄의 모습과 함께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여성들의 수난사이자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여성인권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귀향’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며, 더 큰 관심이 필요한 영화다.

오늘 3월8일은 108번째 맞이하는 ‘3·8세계여성의 날’이다. ‘빵과 장미’로 상징되는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에서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명이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서 10시간 노동제·임금 인상·작업환경 개선·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서 유래됐다.

당시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일할 권리(빵)를 원하지만 인간답게 살 권리(장미) 또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1975년 UN이 3월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지정하며 매년 3월 8일이 되면 여성인권 증진 및 노동권 확보와 성 평등을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여성 지도자를 배출하는 계기가 됐다. 제주에서도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지역구 여성 도의원 1호와 여성 최초 행정시장·제주도정 최초 여성 총무과장 배출 등 괄목할 만한 여성지위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경제활동 남녀 임금 격차가 10년 넘게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사회의 약자 계층으로 머물러 있는 현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유엔여성은 올해 3·8세계여성의날 테마로 “2030년까지 50대 50의 지구: 양성평등을 위한 도약(Step It Up)”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남녀의 지위를 50대 50으로 동등하게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베이징행동강령이 나온 지 2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세계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양성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인식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던 그때보다 108년이 지난 지금 3·8세계여성의 날이 신나는 축제 이전에 여전히 거리에서 “양성평등”을 외치며, 목소리를 드높여야 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인 것이다.

올해 3.8세계여성의 날은 단지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날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불평등에 소외받고 있는 누군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들의 권익향상과 평등한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함께 고민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웃고 더 당당해지는 ‘세계여성의 날’이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