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과 평가’ 객관성 확보가 관건
[새로운 고입제도 들여다보기] (下) 남은 과제는
학생부 대충 관리…관례 개혁 먼저
섬세한 평가 지침 제도 성패 좌우
‘100% 내신’ 고입선발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비교과 점수화’다. 출결과 봉사는 일수와 시간으로 계량화가 가능하지만 ‘태도’를 평가하는 ▲독서 ▲인성 ▲자율 ▲동아리 부문은 세심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신뢰성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크다. |
▲관례 개혁 먼저
그동안 제주지역 학교 현장에서 학교생활기록부는 덜 중요하게 다뤄졌다. 제주지역의 경우 육지부와 달리 대입이 수능 중심(정시)으로 이뤄지고, 고입 또한 내신과 선발고사가 함께 반영되면서 학생부가 입시의 당락이 되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활동 상황이 성의 없이 기록되기 일쑤였다. ‘수상 기록을 빠뜨리고’ ‘학생들의 활동 상황을 막연하게 표현하거나 같은 문장을 여러 학생들에게 일괄 기재하는’ 학생부 관리 지침 위반이 제주도교육청 감사 시 거의 모든 중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봉사시간을 부풀려 기재하는 일부 학교의 ‘관례’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봉사는 출결과 더불어 비교과 항목 중 배점이 가장 많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는 반면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 재량으로 시간을 부풀려 기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제주시내 모 일반고에 근무했던 교사가 해당 학교에서 벌어진 봉사 시간 부풀리기 문제를 언론에 제보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빈틈없는 세부지침 성패 좌우
2019학년도 고입에서부터 비교과 전형에 본격 도입되는 ▲독서 ▲인성 ▲자율 ▲동아리 부문은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전, 세심한 평가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교육청은 능동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교육과정 참여도를 평가, 궁극적으로는 수업-평가-기록 일체의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토론과 다독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평가한다는 도교육청의 구상 뒤에는 무엇으로 다독을 판단할 것인지, 토론을 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교사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이 판단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섬세한 평가 기준이다. 제주보다 먼저 내신체제로 전환한 경기도교육청(경기도교육청의 비교과 항목은 봉사, 출결, 수상, 자치회 임원 실적 4가지)이 비교과 영역에 주관적 항목을 배제한 이유도 객관적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교육청이 자유학기제의 정착과 학생들의 꿈과 끼를 중요시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비교과 영역의 확대를 뚝심 있게 가져가겠다면 공정하고 구체적인 평가 기준으로 일선 중학교 교사들의 어려움과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더불어 같은 맥락에서, 지난 4일 공청회에서 제기된 ‘비교과 비중 확대’에 대해서도 적절한 답을 건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 중 만난 교육계 관계자들은 “지난 공청회에서 제주지역 고입제도가 학교수업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며 “어렵게 시작한 제도 개선이 실망과 부작용으로 혼란만 남기지 않도록 이제는 꼼꼼한 고입전형 지침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