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거리 ‘과속 운전’ 빈번

방지턱 높이·위치 부적절
보행 우선구역 지정 무색

2016-03-03     김동은 기자

관광객 고모(43·여·서울)씨는 최근 최근 딸 아이와 함께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내리막길에서 상당수 차량들이 과속 운행을 일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이중섭거리를 제대로 둘러볼 수가 없었다”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차량 때문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중섭 화가의 예술혼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문화 예술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조성된 이중섭 거리에서 운전자들의 과속 운행이 빈번, 사고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중섭 거리가 보행 우선구역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오히려 보행자들이 위협받으면서 차량 우선구역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봄기운이 물씬 풍긴 3일 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는 많은 올레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공방과 이중섭 생가 등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이로 과속하는 차량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과속 차량에 깜짝 놀란 일부 관광객은 뒷걸음질을 쳤고, 보행자와 운전자 간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에 나섰다가 일부러 이중섭 거리를 찾았다는 강다빈(26·여·부산)씨는 “내리막길에서 상당수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아 사고 위험이 높아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광객 정주영(33·서울)씨도 “이중섭 거리가 보행 우선구역이 아니라 차량 우선구역인 것 같다”며 “주의를 기울여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과속 운행을 막기 위해 설치된 과속 방지턱은 높이가 낮은 데다 위치도 부적절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귀포시가 2009년 사업비 8억3400만원을 들여 이중섭 거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도록 보행 우선구역으로 조성했지만 과속이 빈번해 지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최대한 과속할 수 없는 구조로 이중섭 거리를 조성했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과속을 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한 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