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자”
국방부 숙원 제주해군기지 확보
건설 완료 불구 갈등은 진행 중
반대 측엔 벌금 등 고통만 남아
현실 수용할 건 수용하자
반대 측 위한 ‘출구’ 마련돼야
관건은 ‘사면’ 등 정부의 결단
대한민국 해군이 큰 ‘경사’를 맞았다. 오늘 오후2시 강정에서 ‘해군기지’ 준공식을 갖는다. 규모도 방파제 길이 2500m와 부두 길이 2400m 등 축구장 70개 정도로 거대하다. 잔치를 벌여도 큰 잔치를 벌이고 싶을 듯하다. 해군기지 완공은 국방부와 해군의 20년 넘은 숙원의 해결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1993년 해군본부 제156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신규소요결정’을 내렸다. 이후 계획에 머물러있다 2002년 5월 기동함대기지 제주도 건설 필요성 제기에 이어 2005년3월 국방부가 추진을 본격화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은 갈등 그 자체였다. 2007년 4월27일 이뤄진 강정마을 유치 제안자의 ‘대표성’과 찬성을 결정한 주민투표의 ‘객관성’ 등은 지금도 물음표가 붙어있다. 마을주민들의 반대가 시작됐다. 종교·사회단체들도 속속 동참했다. 세는 줄었지만 지금까지 10년째 반대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완료했다. 결과는 ‘기쁨’이다. 축구장 70배 규모의 해군기지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다. 갈등이 진행형이다. 결과는 전과자와 벌금이라는 고통이다. 반대측 사람들의 얘기다. 특히 강정마을회다. 지금까지 사법 처리를 받은 사람은 강정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660명을 넘는다. 주민들이 물어야 할 벌금만도 4억원 가까이 된다. 마을회는 벌금을 내기 위해 마을회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찬성한 강정주민들도 피해자다. 해군기지 건설로 비롯된 찬·반 과정 속에서 형제간에도 제사를 같이 보지 않을 정도로 마을 공동체가 파괴돼 버렸다.
갈등이 종식돼야 한다. 아니 종식시켜야 한다.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여야 한다.
결자해지다. 조용하던 강정마을에 ‘뜬금없이’ 들어가 해군기지를 건설하며 평온을 깨뜨린 쪽은 정부다. 오늘날 강정이 겪고 있는 찬·반 갈등과 사법 처벌의 아픔도 해군기지가 아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이었다. 다만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찬성 측은 해군기지 유치로 인한 국가적·경제적 가치에 무게를 뒀고, 반대 측은 그것들보다 자연과 마을의 정체성을 중시했다.
사실 아름다운 서귀포 해안선 중간에 불쑥 튀어나온 방파제, 그리고 그것을 건설함으로써 야기되는 해양환경 파괴 행위 등도 반대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이슈들이었다. 해군기지를 찬성 측도 여기에는 공감했을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가치의 비중이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을 이제 가정으로 돌려보내주자. 가지 않으려 해도 보내자. 더 큰 화합을 위해 제주도정은 물론 NGO들도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해군기지는 완공돼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다 만들어놓은 해군기지를 허물어 없애기는 국가 정책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노력이 퇴색되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해방이 3·1독립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정신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비록 근대화에 뒤져 일제 압제의 그늘에 있었지만 대한민족의 자주 정신이 살아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강정해군기지 반대활동도 마찬가지다. 마을을,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10년간 반대를 했음에도 건설되고 말았다. 그러나 반대를 했던 또는 해야만 했던 정신들은 길이 기억될 것이다.
국가의 일방적인 추진, 그에 부화뇌동한 지방정부 등 바르지 않았던 공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은 해군기지 찬반 여부를 떠나 높이 평가돼야 한다. 몸을 던져 “아니”라고 할 수 있었던 용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출구’가 필요하다. 10년의 투쟁으로 지친 그들이 현존하는 벌금과 공사지체 보상금 등에서 그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면’ 뿐이다.
개인적 영달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던 강정주민들이 마을회관을 팔아 벌금을 내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해군기지로 갈라진 강정이 하나 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의 통 큰 결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