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잘 쓰면 선물, 실수하면 재앙
많은 편리 불구 화재란 부작용도
답은 유비무환 화재감지기라도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기 전까지 선사시대 인류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불은 인간에게 ‘혁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음으로써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영양분의 섭취가 용이, 인간의 ‘진화’에도 기여했다. 아울러 온기를 제공, 추운 밤 시간대에도 인간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확장해줬고,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게 됐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편리함뿐만 아니라 피해도 수반됐다. 삼국사기에도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려시대부터 국가차원의 소방제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화재, 특히 주택화재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인류의 역사 이래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화두’인 셈이다.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은 만국공통이다. 미국의 경우는 1978년부터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보급하기 시작해서 34년만에 화재사망자를 60%나 감소시켰다. 영국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영국은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을 하기 시작해서 22년동안 사망자를 절반가량 줄이는데 성공했다. 프랑스에서는 주택 계약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화재경보기 설치·확인서를 작성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2005년 이래로 9년동안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18%가량 줄였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무’ 제도를 마련하고 보급한 이래 주택용 화재경보기 보급률과 화재사고 사망자가 반비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2012년 2월부터 신규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용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주택에 대해서는 5년의 적용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2월5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는 17만5000여 가구 중 주택용소방시설 설치율은 23.8%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올해부터 매년 2만 가구 이상 설치해 2025년까지 ‘일반주택사망자 3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 가옥과 화재 없는 안전마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소방관서에서 설치해 주고 있다. 하지만 기존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소유자와 거주자의 의식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반복되는 사고는 그 진상을 살펴보면 의외성이 있다. 화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고는 사소한데서 기인하고, 그 원인을 파악해보면 대부분이 인적요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휴먼 에러(Human Error)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인간이 일으키는 조작실수를 의미하지만 기술이 고도로 발전할수록 그로인한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실수를 하는 동물이기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휴먼에러를 줄이거나 그로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가정에서 휴먼에러로 인해 가장 불행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화재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집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화재의 위험이 가장 많이 도사리고 있는 곳도 바로 집, 그중에도 단독주택이다. 개인이 소유하는 가장 비싼 재산인 주택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개인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단독경보형감지기와 가정용 소화기는 시중에서 대략 3만원 안팎으로 구입할 수 있다. 주택의 가격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저렴하지만 그 효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옛날 어른들은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자리끼라고 물 한 사발을 떠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목마름 해소도 있겠지만 화재발생시 초기에 신속하게 끄기 위한 일종의 초기소화시설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휴먼에러를 막기 위한 대비책일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주었다지만 우리선조들은 한사발의 물인 자리끼로 화재를 대비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자리끼는 주택소방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