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차?” 중문초 스쿨존 ‘위험천만’

왕복 2차로 통학 어린이 많은데 신호등 없어
눈치 보며 차량 흐름시에 달리기 ‘아찔’ 연속

2016-02-24     백윤주 기자

‘하나, 둘, 셋, 뛰자!’

올해 2학년이 된 은지(가명)는 ‘학교 가는 길’이 겁난다.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신호등은 없고 자동차가 너무 많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방학 프로그램에 늦을 것 같아 차가 다 지나가길 마냥 기다릴 수 없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언제 건너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엔 자동차로 뛰어 들어 간다.

서귀포시 중문초등학교와 중문중학교 앞. 학교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스쿨존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차량이 시속 30km 미만으로 서행하도록 과속방지턱과 과속감지기 등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도 잘 지켜지지 않은지, 은지는 학교 앞이 무섭다. 길을 안전히 건널 수 있도록 ‘보행자 신호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왕복 2차로인 이곳은 중문초등학교 교차로부터 중문우체국(약 1km)까지 보행자 신호등이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스쿨존이다. 학교 주변은 주거, 마트, 학원 등이 밀집돼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단지를 통하는 곳이라 차량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보행자 신호등이 없어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보행자가 차량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곳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차량의 흐름 사이로 뛰어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찔한 상황이 항상 이어진다.

학부모 권모씨는 “중문 시내에 호텔도 많이 들어서고 관광객 차량 유입도 늘어나는데 보행자 신호등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냐”며 “아이들이 길을 건너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까봐 매일이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한 민원이 들어왔고 이 구간에 대해 22일 합동점검을 실시했다”며 “동사무소를 통해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보행자 신호등 설치를 심의할 예정”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