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암시때도 명예훼손죄”
대법원 판결...집회.시위자들 ‘요주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사실의 적시'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고 표현 전체 취지에 비춰 사실을 암시하는 때에도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구체적인 비리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의견을 담은 간접 표현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를 훼손하는 강한 암시가 있다면 범죄 의사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한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판단한 것으로 집회 시위자들의 한층 높은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13일 변호사 사무실 출입문과 차량 등에 비난 전단지를 부착한 혐의(업무방해·명예훼손)로 기소된 이 모(4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전단지에서 ‘ㄱ 변호사는 증인들과 사전에 짜고 재판에 임하는갗라는 표현은 ㄱ 변호사가 저질렀다는 행위의 시기·장소·수단 등까지 정밀하게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에서 ‘농민을 무시한 ㄱ 변호사는 사죄하라’, ‘ㄱ 변호사는 증인들과 사전에 짜고 재판에 임하는갗라는 표현에 대해 모두가 의견이나 가치판단에 불과해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민사 손배소 사건에 증인으로 나섰던 이씨는 증인신문 당시 상대편 변호사가 “증인은 농협 빚 때문에 농협에 감정이 좋지 않으며 원고와 사전에 짠 것으로 보인다”며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자 해당 변호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 5종류를 변호사사무실 출입문과 자신의 차량 등에 부착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