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 광풍’ 방치 안 된다
작년 제주 땅값 상승률 전국 최고
수요보다 ‘과도기적 현상’ 우려
공동체 주체 바뀌는 과정일 수도
자본가 새로운 공동체 주인 부각
기존 구성원 ‘원주민’ 전락 위기
제주 개발방향 옳은가 고민 필요
2014년9월 제주MBC는 창사 46주년에 즈음하여 도민들에게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은 하와이 현장취재내용을 통해서 도민들로 하여금 새삼 외부자본의 위세를 실감케 했다. 방송은 개발지에서 거대투자 또는 투기자본이 어떻게 기존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사화복을 지배하고 경제적 파탄의 원인자가 되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즉, 외부자본 집중유입이 여차하면 역설적으로 선량한 원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파탄에 이르는데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2015년 양(兩) 행정시의 땅값 폭등이 전국 최고로 전국의 땅값을 주도했고, 그 추세는 해를 거듭해도 여전하다. 거래된 토지면적 또한 여의도의 36.8배에 달했고, 거래량도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거래 면적을 합산한 결과 서울 거주자 20.1% 등 외지인 거래자가 40%에 육박했다. 그야말로 토지거래면적의 절반이 도외인에게 팔린 형국이다.
그렇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하강·보합세국면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주는 왜 지가상승률이 폭등하고 투기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일까? 엄정한 의미로 하와이개발 등 경험사례에 비추어 작금의 부동산 폭등상황을 단지 저금리 불황기의 투자호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십기사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을 듯하다.
게다가 도정이 발표한 대로 혁신도시 개발,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 방침, 인구유입 급증 등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 정도로 받아넘길 사안은 더욱 아닌 듯하다. 다소 추상적 관점이지만, 필자로서는 이런 상황을 ‘기존의 공동체 주체가 새로운 주체로 탈바꿈 하는 과정에서 예정된 과도기적 현상’ 중 하나로 단정하고 싶다. 제주의 지배주체가 서서히 교체되는 환경적 징후(徵候)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내외에서 자본집약적으로 추진되는 어떤 개발지든 개발초기단계에서 과도한 외부자본유입에 따른 땅값 폭등현상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행정의 그럴싸한 대의명분 아래 투자 또는 투기자이익 중심의 도시 난개발상황이 이어지고, 그 후 상황은 급변해 잠잠해진다.
이어 자본가 위세를 내세운 새로운 공동체 주인이 나타나고 자영업은 서서히 몰락하고 새로운 럭셔리 상권이 형성되면서는 공동체의 평균적 삶의 수준이 크게 상향 조정된다. 그 결과 기존 공동체 구성원 상당수는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약자로 내몰리면서 원주민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후진적 개발라이프 사이클에 비추어 국내외 투자 또는 투기자본의 융단폭격적인 최근의 제주공습상황이 미래적 관점에서 전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행정은 세법상 투기억제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주택에 대한 투기과열을 누그러뜨리고, 투기 또는 투기 우려지역에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발령해 도민의 재산적 실리를 챙겨주거나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런 감을 지울 수 없다.
어떻든 부동산 폭등이나 지속된 투기상황은 진정되어야 한다. 방관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기 때문에 행정은 지금이라도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의 외부자본 위주의 제주개발이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는지, 진입했다면 누구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곰곰이 따져 봤으면 한다. 또한 제주개발의 방향이 옳은지 여부를 따져 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혁신해 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의 제주개발기조가 누구에게 유리한 지 따져보고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과도한 자본집약적인 개발사례에 비추어 역설적으로 공공개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서 공동체 구성원 다수의 공리(公利)가 확대되고 사리(私利)가 충분히 보장되는 개발기조를 선택하기보다는 대의명분을 빌미로 한 투자자본 이익이 최우선하는 개발기조가 당연시 되는 경향이 짙다. 특히 부동산을 매개로 한 소위 ‘후진국형의 부동산개발’ 현장에서 더욱 도드라져 있다. 제주 또한 이 점을 유념하여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