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어촌 이제 살만한가”
선진국 농어촌 공공서비스 관심
우리도 관련 정책 추진 불구
농어촌 삶의 질 개선 안돼
범정부 투자에도 도·농 격차 심화
공급자 위주 서비스도 문제
지자체 참여기반 만들어져야
설을 맞아 찾은 고향의 바다와 들판은 여전했건만 동네어귀에 들어서니 보이지 않던 카페가 생겨 있고, 주택을 짓고 있는 공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의 농촌이 이제 살만한 곳으로 변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지난해 필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위탁과제로 제주도 농어촌서비스기준 이행실태 점검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이 연구는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농어촌서비스기준 선정 및 점검평가로서의 의의가 있을 것이나, 공감대 부족으로 실효적이지 않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농어촌의 공공서비스 공급을 주요 정책의제로 선정하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국토에 대한 등가치적 생활조건 확립’이라는 원칙하에 삶의 질 서비스 공급과 관련된 정책수립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영국은 2000년부터 농어촌서비스기준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으며, OECD는 2008년 농어촌발전포럼을 통해 농어촌 공공서비스 공급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발굴한 바 있다.
우리나라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정책은 김대중 대통령 때 초안이 마련됐고, 2005년 제1차 삶의 질 향상 5개년 기본계획이 수립된 것이 시초였다. 이 같은 정책은 “왜 농촌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인구수가 점점 줄어들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 찾기에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제3차 삶의 질 향상 5개년 계획(2015~2019년)이 수립됐고, 매년 중앙단위에서 핵심항목 점검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삶의 질 향상 점검 핵심항목은 7개 부문 1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가 진료·응급·노인 등 보건복지, 둘째가 초중학교·평생교육 등 교육여건, 셋째가 주택·상수도· 대중교통 등 정주생활기반, 넷째가 창업 취업·컨설팅 등 경제활동·일자리, 다섯째가 문화·체육시설 및 프로그램 등 문화·여가, 여섯째가 환경·경관, 일곱째가 방범·소방 등 생활안전이다.
우리나라 농어촌 삶의 질은 어떠한가. 그동안 범정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의 활력저하와 도·농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어촌의 여건변화와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공급자위주 공공서비스도 주민체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제주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주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정도는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지역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보건복지, 경제활동·일자리, 교육여건, 문화·안전, 정주생활기반, 환경·경관 순으로 농어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만족도에서는 환경·경관, 정주생활기반, 안전부문에 비해 문화여가, 경제활동·일자리, 교육여건, 보건복지 등은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한 어떠한 농어촌서비스 점검이 필요한지를 분석한 결과 첫째는 고령화 추세에 맞춘 노인의료서비스, 둘째는 농어촌지역 자녀교육지원 프로그램, 셋째는 젊은이와 귀농·귀촌인을 위한 경제활동·일자리, 넷째는 소통과 향유를 위한 문화여가부문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제주지역 농어촌지역의 공공서비스 정책 방향을 정하는데 유의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나라 농어촌 삶의 질 향상 계획의 시행 및 서비스기준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부족하여 전국적으로 대국민 공감대 형성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획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는 농어촌 삶의 질 정책이 광범위한 부서에 분담되어 있지만,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부서가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삶의 질 향상 특별법’상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위원회가 국무총리실을 비롯하여 관련 부처가 포함되어 구성되어 있으나 지자체가 당연직에서 빠져있기 때문인 듯싶었다.
농어촌 삶의 질을 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기에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농어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체계화되고, 관련 정책이 지역단위에서 쉽게 점검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