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밀려 사라지는 설 풍습들
설날 저녁 1년 모은 머리카락 태우는 '원일소발' 등
민족 대 명절 설이 다가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설날은 모처럼 만난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앉아 세배도 하고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화목한 날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설 명절이 ‘황금연휴’라는 여행 특수로 보기 좋게 포장되면서 연휴의 대부분을 가족과의 시간이 아닌 개인의 ‘휴식기간’으로 보내고 있다는 아쉬움도 남고 있다. 도태되어 가는 설의 다양한 풍습 중에서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기에는 아쉬움으로 남는 우리 고유의 설 풍습을 소개해본다.
설의 명칭은 ‘한 살 더 먹었으니 서럽다’는 말과 ‘처음은 낯설다고 해서 설다’라는 등의 여러 유래가 전해진다.
우선 과거 설날 저녁에는 1년 동안 모아두었던 머리카락을 불태우는 원일소발(元日燒髮)이 행해졌다. 머리털을 기름종이에 싸서 모았다가 설날에 태우면 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도 설을 앞두고 곳곳의 미용실에 사람들이 가득한 이유도 이 때문인 듯하다.
설날이 되면 사람들은 초저녁부터 신발을 감춰 뒀다. 설날 밤에 하늘에 있는 야광귀(夜光鬼)라는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집마다 제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아 신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이날 밤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1년 내내 재수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를 야광귀 쫓기라 이른다.
옛날 사람들은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믿었다. 졸음을 이기지 못한 아이들이 잠들면 눈썹에 떡가루를 발라 줘 다음날 놀려주기도 했다. 이것은 설 준비가 바쁘니 잠자지 말고 일해야 한다는 데서 생긴 풍습으로 추정된다. 자지 않고 설을 지킨다는 뜻으로 섣달 그믐날은 ‘수세한다’고 말했다.
나무에 오행인 금·목·수·화·토를 새기고 장기 쪽같이 만들어 던졌다. 여기서 나온 것을 보고 점괘를 얻어 새해의 신수를 점쳤는데, 이를 ‘오행점’이라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건 미래의 운명인가 보다.
그렇다면 제주에는 어떤 설 풍습이 있을까.
제주는 설이 되면 8~11촌의 먼 친척집까지 돌며 차례를 지냈다. 교통이 발달하지 옛날에는 1월1일~15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차례를 지내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도 명절 때가 되면 늦은 밤까지 친척집을 방문하며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떡국을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밥을 올리고 시루떡, 은절미, 새미떡 등을 올렸다. 이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차례상에 빵을 올리는 독특한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바쁜 업무에 지쳐 그동안 쉬지 못했던 일상을 연휴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설을 맞이하는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풍습들을 기억하며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설의 의미를 이어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