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바람 부는 제주

2016-02-03     한경훈

공동주택 노령화따라 관심
제주시내 현재 10여곳 추진 중  
공간 재활용 주택확충 효과

활성화하면 건설업 발전 계기 
자금력 앞세운 대기업 독식 우려
지역업체 참여 방안 강구 필요 

최근 제주지역의 화두는 단연 ‘미친 집값’이다. 공동주택은 물론 단독주택 가격까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이제 ‘제주 집값 상승’ 뉴스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응당 그러려니 한다. 주택 가격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은 아파트다. 유명 브랜드 단지형의 경우 ‘억’ 소리 나게 오르고 있다. ‘강남 아파트 불패신화’가 제주에서 재현되는 모양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유자들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도내에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90세대 규모의 제주시 인제아파트를 시작으로 공동주택이 줄줄이 건립됐다. 도내 공동주택 수(2014년 말 기준)는 아파트 6만88l호를 포함해 9만9754호다. 이는 전체 주택(21만5813호)의 약 46% 수준이다.

그런데 공동주택의 역사가 40년을 넘으면서 낡고 오래된 주택의 유지·보수나 재정비(리모델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욕구에 더해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기대심리까지 작용하면서 도내에서도 재건축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제주시내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도남 주공연립주택을 비롯해 5곳이다. 또 재건축 시행 준비 중인 공동주택도 인제아파트 등 4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인가를 거쳐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한 주택은 노형동 국민연립과 도남 주공연립 2곳이다. 이들 주택에서 도내 재건축의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재건축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준공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20세대 이상 주택이다. 제주시에서 이 기준에 맞는 공동주택은 현재 162곳(1만4594세대)이다. 이들 주택은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으면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 되고, 최하위 E등급을 받으면 곧바로 재건축이 시행된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공동주택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도내 재건축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은 공간 재활용과 집값 잡기 위한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효용이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제주형 주거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연간 주택 1만호 공급”을 공언했다. 이는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택지다. 부지 확보를 위해서는 녹지와 농경지 등 잠식과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주택공급의 한 방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도남 주공연립의 경우 세대수가 재건축 시행전 189세대에서 시행후 426세대로 125%(237세대) 증가한다. 고도를 종전 3층에서 10층으로 높여 고밀도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도시기반시설에 사회적 비용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도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도심 미관 개선과 함께 주차난 완화도 재건축의 메리트다. 지금의 재건축 대상 공동주택은 주차장조례 제정 이전에 건축됐다. 재건축 시 늘어나는 세대수 이상으로 주차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재건축을 적극 추진해야 것으로 본다.

재건축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재건축을 이윤 추구의 기회로만 봐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 사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이도주공1·2·3단지 주민들이 재건축 고도를 14층(42m)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제주시는 도로 폭과 경관을 고려해 이보다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총회 때마다 마찰이 빚고 있는 게 좋은 예다.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다.

재건축 사업은 잘하면 제주 건설업체들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자면 브랜드와 자금력을 앞세운 육지 대기업들의 재건축 시장 독식을 막아야 한다. 행정당국은 재건축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지역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른 개발사업처럼 재건축 시 일정 부분 지역업체의 참여 비율을 의무화하는 제도개선 등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