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차(茶) 산업 살리려면
1.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내 차(茶)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가 2002년 가입한 국제식물신품종연맹(UPOV)에서 차나무를 협약대상작물로 지정, 오는 2008년부터 국외품종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한키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외국산 품종을 재배하는 도내 차 재배 농가들은 로열티(상표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형편으로 생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실에 노출될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일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1998년인가, 아무튼 수년 전에 외국 화훼업자들이 우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장미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할 것을 요구해 장미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렸던 일은 기억에도 새롭다.
당시 외국 화훼업자들이 로열티 지급의 근거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UPOV의 협약으로, 이는 ‘무단 증식된 산물의 수출 등으로 인해 품종 개발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품종에 대한 수입금지와 배상 청구를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 품종업자들이 새 품종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요구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2.
이처럼 21세기는 ‘종자(種子)전쟁’이 치열해질 것이 예고되고 있어 우리의 대비가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종자전쟁이란 신품종의 씨앗 개발 및 공급을 둘러싸고 국가나 기업간에 정치적, 경제적 대립이 격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UPOV의 협약에 따라 신품종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면서 각 국가나 기업이 앞 다투어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고유 품종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며 종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 뚜껑에 숨겨 몰래 가져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이제는 국가의 사활을 건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의 거대 종묘회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경쟁력 있는 품종의 수집 및 보존,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신품종 개발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어 식물 종자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겠다.
이런 와중에서 도내 차 산업이 그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3.
현재 도내 차 재배면적은 197㏊로 전국의 12%, 생산량은 531t으로 전국대비 23%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 당 소득도 감귤 1316만 원보다 3배 가량 높은 4011만 원에 이르러 차 재배가 미래 성장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산 차나무 품종은 전남 농업기술원 차 시험장에서 육성한 일부 품종에 그치고 있으며 더욱이 제주지역에서의 적응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재배실적이 전무하다고 한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전남, 경남 등과 함께 우수 품종 육성을 위한 공동연구를 확대 추진하고 2011년부터 품종 등록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고 가정해도 그 사이에 농가출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신품종 식물자원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도 늦었지만 씨앗전쟁에 대비해 식물자원의 보존과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래서 차나무 뿐만 아니라 감귤 등 제주 특산물의 신품종 개발·보급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품종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데도 제주감귤연구소 같은 연구기관을 없앤 것은 종자전쟁 시대에 우리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