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이라지만 매뉴얼 부재·미숙한 대응 아쉬움”

[제주국제공항 현장 르포]
교통·숙박 대책 안내 미흡
구호 물품도 뒤늦게 지급

2016-01-25     김동은 기자

25일 오후 1시 제주국제공항. 사흘 만에 하늘길이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를 떠나지 못한 관광객 수만 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3층 출발 대합실은 한꺼번에 몰려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없었고, 저비용 항공사(LCC) 발권 창구마다 대기표를 받기 위한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먼저 대기표를 받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워 기다린 관광객들도 있었다.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던 강모(41·인천)씨는 “드디어 제주를 탈출할 수 있게 된 건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제주공항 운항 중단 결정이 내려진 지 45시간 만인 오후 2시48분 이스타항공 ZE236편이 승객 149명을 태우고 김포로 출발했다. 이 비행기는 23일 오후 3시20분 제주에 왔다가 한파에 묶였었다.

이어 오후 3시에는 승객 328명을 태운 747기종의 대한항공 KE1281편이 김포로 출발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고모(38·서울)씨는 “집에 가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만 말했다.

공항 1층과 2층에는 구석구석마다 바닥의 냉기를 막기 위해 종이상자와 신문지 등을 깔고 항공기 탑승 순서를 기다리는 노숙 체류객들로 북적였다.

23일부터 2박3일을 꼬박 공항에서 보냈다는 이창윤(58·서울)씨는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공항에만 있었다”며“400번대 대기 번호를 받았는데 빨리 제주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김모(44·서울)씨는 “마땅한 숙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택했다”며 “제주도에서 스티로폼 등을 나눠 줬는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아 탑동 인근 편의점에서 돗자리를 사다가 깔고 잤다”고 말했다.

그는 “숙박 대란으로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체육관 등에 임시 숙소는 마련되지 않았다”며 “천재지변이라지만 제주도의 미숙한 대응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행정의 제설 작업이 미흡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모(39·서울)씨는 “국제적인 관광지라는데 제설 작업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두 번 다시 제주도에 오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항공사의 무책임한 일처리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답답해하는 관광객들에게 신속하게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전화 통화 연결도 미비했다는 것이다.

오연주(42·강원)씨는 “항공기가 결항됐다는 문자 메시지만 온 뒤로 자세한 안내는 없었다”며 “항공사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 데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도 묶였지만 24일 오전까지 통역이 가능한 안내인을 배치하지 않은 점, 결항에 따른 교통·숙박 대책을 초기에 세우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또 공항에 머무는 체류객들에 대한 초기 긴급 구호 장비 지원이 미흡해 담요나 스티로폼 등 기본 물품이 23일 밤을 지새운 뒤 24일 저녁에야 뒤늦게 지급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