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 입국자 관리 ‘난맥상’
비행기 탑승하지 못한 베트남인 ‘무단 이탈자’ 간주
최다 잠적 사태에도 사후 관리 허술 대책 마련 시급
제주에 무사증으로 들어온 베트남인들이 무더기로 사라져 수색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사증 입국자에 대한 당국의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무단 이탈자를 포함한 베트남 관광객들을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여행객을 무단 이탈자로 간주하는 등 실시간 인원 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일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숙소를 무단 이탈한 이들을 포함한 베트남인 122명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12일 제주에 온 베트남인은 모두 155명으로, 이 중 순수 관광객 97명과 검거된 무단 이탈자 27명 중 여권을 잃어버린 1명을 제외한 26명 등 123명이 떠났어야 했는데 122명만 돌아간 것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날 오전 8시10분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베트남인들은 8시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타기 위해 탑승 수속을 마쳤다.
이어 출국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A씨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부인의 선물을 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같이 여행을 왔던 이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들의 출입국 심사 업무를 하는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국한 베트남인이 122명으로 집계되자 A씨가 무단 이탈한 것으로 간주했다.
당초 잠적한 베트남인은 56명이었는데 출국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A씨를 포함한 3명이 추가로 이탈한 것으로 파악하고 종적을 감춘 베트남인을 59명으로 수정, 발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예정대로 여행 일정을 소화한 뒤 부인의 선물까지 잊지 않고 산 A씨는 졸지에 무단 이탈자가 됐다.
그렇게 제주에 홀로 남겨진 A씨는 말이 통하지 않자 공항 주변 숙소에서 이틀을 머문 뒤 19일 오후 자치경찰단 공항안전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됐다.
일각에서는 무사증 입국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다 잠적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당국의 사후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내 외사 분야 전문가는 “지난 12일 제주에 온 베트남인들 가운데 무단 이탈자가 발생한 만큼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A씨가 출국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도 오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발 시간이 다 되도록 A씨가 나타나지 않자 비행기가 예정대로 출발했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심사 등을 담당할 뿐 비행기에 탑승시키는 의무나 권한이 없다. A씨는 22일 오전 베트남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