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소통하는 감귤정책 수립하라

2016-01-21     현정화

생산비도 못 건지는 최악의 상황
행정 현장의 목소리 직접 들어야

올해 겨울 농사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동채소도 그렇지만 제주경제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감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잦은 비와 이상고온 등의 영향이 크기는 했다. 수확시기를 놓친 감귤은 품질과 가격이 떨어지고, 제주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감귤 수확시기인 지난 10월말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궂은 날씨로 수확적기를 이미 놓치고, 수확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가격하락 및 소비감소가 겹치면서 도내 감귤 농가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문제 해결의 정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아 다녔다. 지난 6일 서귀포지역 내 감귤선과장들을 방문한 데 이어 9일에는 가락시장의 경매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감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감귤선과장을 방문해보니 농민들의 시름이 깊고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농정당국의 감귤정책에 대해 쓴 소리도 있었지만 생생한 의견들도 직접 듣는 기회가 됐다.

첫째는 소과 문제였다. 올해에는 소과발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품성 있는 소과를 비상품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품질을 중심으로 하는 상품화 방안과 함께 비상품의 원활한 처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피복재배(타이벡) 감귤 경매가격이 일반 노지감귤보다 낮게 나올 정도로 평년과 다른 이상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감귤유통처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든 선과장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산지폐기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었다. 과수원이 과밀한 상태로 실제 적용이 어렵고, 악취문제와 ‘애넓적 밑빠진 벌레’ 등 익년도 병해충 발생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정에서 북한감귤보내기와 같은 소비촉진방안 마련과 함께 홍보에 집중하고, 젊은 농업인들의 선진지 농업 견학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행정에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모든 농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제주도 생명산업인 감귤정책만큼은 지속적으로 현장을 보고 제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제주 감귤은 매년 기상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되기 때문에 하시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현장의견 수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감귤 농가에서 서울 가락시장이나 전국의 농산물 경매 시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지난 9일 가락시장 경매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철저하게 품질에 의해서 가격이 매겨지고 있었고,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귤 생산농가에서 치열한 경매현장을 직접 보고 농가 스스로가 좋은 품질의 감귤을 생산해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행정에서 감귤품질을 상승시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있지만 결국엔 농가가 움직여줘야 한다. 농가 스스로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행정에서 발판을 마련해줘야 감귤 품질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감귤은 ‘생명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 때 감귤 농사만 지으면 자녀들 대학은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감귤 나무를 ‘대학 나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귤 가격이 생산 비용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타 과일과의 경쟁과 수입개방에 따른 외국산 과일 수입 증가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정당국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계획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지속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제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민과 소통하는 감귤정책이 수립되어야 제주도 감귤산업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