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黨 단체장끼리 '비난전' 일색

지역정치 '이전투구'식 난장판

2005-07-11     고창일 기자

'동네 친목보다 못하다'
행정계층구조개편을 둘러싸고 사방으로 튀는 도내 정치권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같은 당 소속끼리 험담하고 헐뜯는 것은 다반사이기 일쑤고 중앙당의 방침과는 정반대로 흐르는 제주도당, 평소 친하게 지내는 단체의 입장에 쉽게 동조해 버린 공당(公黨) 등 마치 복마전을 연상케 하는 실정이다.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사람들의 모임이며 정당은 정책으로 도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도당의 정책과 대안들 역시 중앙당의 범위에 속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속성'을 주민들에게 알려 선거시 판단을 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반면 주민투표를 앞둔 도내 정치권은 한 마디로 '원칙과 명분'이 다함께 무너져 버린 모습을 보이는 실정이다.
도민들은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유리한 정당에 몸담는 그릇된 풍토의 결과물"이라며 '도내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여당과 야당.

현재 제주도지사의 당적은 한나라당이다.
행정계층구조개편에 가장 민감한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도 같은 당 소속으로 특히 도지사와 제주시장은 지난해 재. 보선에서 찰떡같은 공조를 과시, 여권의 유력후보들을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틈새가 벌어진 것은 지난해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부터.

정확하게는 제주도의 '주민투표 실시 방침'이 확고해진 이후로 여기에 서귀포시장이 가세하면서 같은 당 소속 도지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한편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지난달 행정계층구조개편과 관련한 도의원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도의원들은 주민투표 및 혁신안에 대한 맹점을 지적했지만 당초 방침과는 달리 공개적인 입장정리를 피했다.

자칫 당 내부의 내분으로 비칠 경우 도민들에게 '한심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여긴 탓이다.
당 소속 도의원들은 지난 1일 제주도의 도의회 의견 청취 시 '사적인 의견 제시'보다는 사실상 제주도의 업무추진을 도왔다.
반면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주민투표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내용의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같은 당 단체장끼리 등을 돌리고 말았다.
여당인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은 지난달 도지사의 정당 방문 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 당직자 대부분은 '특별자치도 법이 제정된 후 행정계층구조를 논의 해도 늦지 않다는 논리 속에서' 제주도의 주민투표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제주도의 혁신안은 '타당성이 없는 안'으로 최적의 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도가 혁신안의 하나로 모을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도지사가 강력하게 밀어 부칠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설명과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의 표정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제주도의 행정계층개편에 대해 청와대가 상당한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라며 "계층구조개편 유무에 따라 특별법에 담길 내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다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제주도와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은 서로 엇갈린 관측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주도의 현황소개가 사실이라면 열린 우리당은 '실질적으로 당을 이끄는' 대통령의 정책에 맞서는 셈이 되고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의 반발이 합당하다면 제주도가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총선에서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한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의 정치적인 '자리매김'은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도내 정가는 보고 있다.
민주 노동당의 정계진출을 위한 노력이 시민. 사회단체의 그 동안 활동과 어느 정도 맞물려 있었다는 점을 이해한다 쳐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 사회단체와 쉽게 공감해버리는 전례가 이번에도 재현됐다는 시각이다.

▲올바른 행정계층구조개편 기회 있나.

도내 시민.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올바른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도민연대는 '점진안지지는 아니지만 혁신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점진안 찬성으로 일단 혁신안 채택을 막은 뒤 다시 계층구조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 주장속에서 도민연대는 이번 주민투표에서 점진안이 선택될 경우 다시 행정계층을 도민차원에서 다룰 기회가 있겠나 하는 점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편논의는 길게는 수 십 년 짧게는 3년의 진통 끝에 겨우 '주민투표'라는 결과물을 낳은 것으로 공식적인 행정기관도 아닌 시민. 사회단체가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어떻게 '올바르게' 이뤄낼 것인지에 궁금증이 더하는 실정이다.
주민투표 후 다시 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단체의 이름으로 정부에 건의를 할 것인지 향후 방침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