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값 폭락과 제주농업의 위기”

2016-01-14     문근식

110컨테이너에 8만2150원 입금
㎏당 37원, 가공용도 160원인데
농협 수수료는 ‘꼬박꼬박’

월동채소도 폭락 ‘엎친 데 덮친 격’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달라
행정 잘하는 ‘프로’ 모습 보여야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그리곤 들려오는 건 사촌형님의 하소연이다. 감귤을 농협에다 110 컨테이너를 가져다 줬는데, 입금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농협에다 전화를 해서 “왜 입금이 안되냐”고 물었단다. 농협에선 “벌써 입금을 다 했다”고만 얘기를 하곤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통장을 확인해보니 입금은 돼 있었다. 근데 액수가 ‘꼴랑’ 8만2150원!”

한달 전 통화내용이다. 그러면서 형님은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약 비료값도 못 건지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온주 감귤을 대체할 수 있는 품종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도 했다.

남이 아니기에 내 가슴은 더 미어진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이 지난 사촌형님의 모습이다.

이러한 ‘비극’은 초보 농사꾼 나의 사촌형님에만 국한된 것일까. 다른 농민들은 어떠할까. 또한, 제주가 희망이라며 귀농한 이주민들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그들도 비슷한 처지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차라리 남의 일을 도와줘서 인건비를 챙기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사촌형님이 보낸 감귤 110 컨테이너면 2200㎏이다. 8만2150원을 2200㎏으로 나누면 ㎏당 37원이다. ‘가공용’ 감귤이 ㎏당 160원과 비교해도 어이가 없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농협은 농민들에게 정산을 하면서 꼬박꼬박 수수료는 챙길 것이다. 조합장은 농민이, 조합원이 주인이라며 선거 때는 머리를 조아리다가 정작 어려울 때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수수료가 얼마일까? 농협은 수수료를 모아서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주고, 조합원들에게 이익 배당을 해준단다. 기가 찬다. 배당도 정작 농사를 짓지도 않는 ‘무늬 조합원’들에게 공평하게 돌려주는 꼴이다.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과연 농협은 염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 가지는 왜 이렇게 감귤값이 하락했는가 하는 것이다. 잦은 비날씨로 당도가 떨어지고 부패과가 너무 많이 발생되어 소비자들이 안 찾는 단다. 또한, 육지부의 과일들도 풍작으로 가격이 안 좋기에 동반하락이라고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농민들과 시장 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것만이 능사일까.

2015년부터 감귤 유통 활성화를 위해 감귤 크기를 5단계로 줄였다.

뭐가 개선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번과 중에서 조금 큰 1번과를 포함해서 유통시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공급량을 늘린 꼴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면서도 혁신이란다. 혁신이란 묵은 것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것인데 무엇을 바꾸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은 농업을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한다.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는 실질적으로 도민 주머니로 들어가는 수입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감귤뿐만 아니라 월동채소류들도 폭락이다. 농민들에겐 빚만 더 늘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들을 내놨고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동원되었다. 그렇다고 더 나아지거나 행복하지도 않다. 이게 현실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을 만드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혹시 이 겨울이 지나면 지금의 이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삶을 포기해버리는 농민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게 걱정이다.

농민들이 부자로 살겠다고 우기지도 않는다.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하는 농민들에게 희망은 못주더라도 절망만은 안겨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혁신이 있었으면 한다. 어느 방향이 옳은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행정 탓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행정 편에 설 수도 없다.

그래도 행정이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아마추어처럼 ‘성과 없는 열심히’만 할 게 아니라 제주농업 정책을 잘하는 ‘프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