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경계조사의 중요성과 그 의미

2016-01-14     김명만

높은 중요성 불구 여태 기준 모호
어려움 불구 경계 구축 이뤄내야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최고의 정책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하여 추진한 제주미래비전(안)의 핵심 키워드는 ‘청정과 공존’이다. 이러한 ‘청정과 공존’을 논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상이 곶자왈이라고 본다.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 생태계의 보고, 제주생명수 지하수 함양지역으로 청정 지역이며, 제주도민의 삶과 역사·문화가 공존한 지역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면적의 6%, 110㎢를 차지하는 곶자왈 지대는 그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 사업인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그리고 각종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 개발사업이 곶자왈지역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곶자왈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 2014년 4월에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곶자왈의 보호기준 지정요소를 크게 생태적·지질적·역사문화적 요소로 구분하고 있으며, 주로 생태적인 요소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조례에 포함된 지질적 요소인 동굴·숨골·용암함몰지·튜물러스·습지 분포지대 등은 대부분 파호이호이 용암지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상의 지질적 요소만으로는 곶자왈의 지질학적 특성을 온전히 반영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곶자왈 지대의 분포범위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설정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제주도는 제주 곶자왈 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 방안 수립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생태계·지형·지질·역사문화 등을 고려한 곶자왈 경계조사 및 곶자왈 보호지역 설정을 위한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도 곶자왈 지대를 구성하는 용암은 외형적인 특징에 따라 파호이호이·아아·전이용암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특정 곶자왈 지대에 특정한 용암류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용암류가 함께 나타나거나 상류에서 하류로 가면서 용암의 특징이 변해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곶자왈 지대의 생태학적 요소의 경우도 자연림과 2차림의 구분 없이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 등의 서식여부만이 조례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재 용역 중인 곶자왈 경계조사 및 곶자왈 보호지역 설정에 있어서 현재의 곶자왈 지대의 특성을 보다 구체화시키기 위해 지질학적 분류체계가 필요하며 생태·역사문화적 요소들도 보다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곶자왈의 생태분류 요소 중 큰 범주에서는 자연림과 2차림으로 구분하고, 세부적으로 희귀·특산식물, 한정식물분포, 천연기념물, 람사르습지 등의 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 또한 역사·문화적인 농경유적, 생활 및 수렵유적, 역사유적, 문화유적 등도 곶자왈을 구성하는 요소로 포함될 있을 것이다.

과거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곶자왈이 지금은 보전 가치가 높은 제주도의 생태계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과 달리 곶자왈의 정의는 다소 추상적이며 곶자왈의 세부적인 특성을 다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곶자왈 분류체계는 하나의 곶자왈 지대는 하나의 지질 및 생태특성으로 대표된다는 인식을 넘어 다양한 특성 즉 생태 및 역사·문화적 요소를 세부적으로 추가하여 분류체계가 정립된다면 추상적인 곶자왈 개념을 구체화하고 곶자왈 구역을 설정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새롭게 곶자왈 경계를 구축하는 데 지역주민 민원 등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 면적 6%를 차지하는 제주자연자산인 곶자왈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정은 ‘중요한’ 자산인 곶자왈을 보전하고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곶자왈 지대 전체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지질공원·도립공원 등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