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차 거부 ‘삼진 아웃제’ 있으나 마나
작년 신고 건수 110건 중 33건 인정 그쳐
거부 행위 입증 쉽지 않아 면허 취소 ‘0건’
강모(33)씨는 최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인근에서 회사 동료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에 서서 이리저리 손을 흔들었다.
멀리서 달려오던 택시는 강씨의 손짓을 보고서 태워줄 듯 속도를 줄이더니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일행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강씨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차량 번호는 물론 택시기사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승차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는 데도 이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25)씨 역시 얼마 전 제주시 노형오거리 인근에서 택시를 잡으려다 퇴짜를 맞았다.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기사는 “쉬고 있어 가질 못한다”는 황당한 얘기를 하며 승차를 거부했다.
김씨는 “당시 택시는 앞으로 조금 가더니 다른 승객을 태우고 쏜살같이 사라졌다”며 “신년을 맞아 택시 이용객이 많다고는 하지만 손님까지 가려서 태우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택시 승차 거부에 대한 ‘삼진 아웃제’가 시행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일부 기사들의 승차 거부가 여전한 데다 자격 취소 사례는 한 건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특히 승차 거부를 당하거나 목격한 경우 현장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증거를 수집하지 않는 이상 입증하기가 어려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9일부터 택시 기사가 2년 안에 3차례 승차 거부를 하다 적발되면 택시 운수 종사자 자격이 취소되는 삼진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승차 거부로 처음 적발될 경우 택시 기사는 과태료 20만원을 내야 하고, 두 번째 적발 시에는 자격 정지 30일과 과태료 40만원의 처분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승차 거부가 적발되면 택시 운수 종사자 자격이 취소되며, 과태료 60만원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일부 택시기사들의 승차 거부가 빈번하지만 자격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지난해 제주도에 접수된 택시 승차 거부 신고 건수는 110건으로, 이 중 33건에 대해서만 승차 거부로 인정돼 2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이 전부다.
이는 실제로 승차 거부 행위가 이뤄지더라도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음성 녹음으로 증거를 수집하지 않는 이상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승차 거부 신고가 접수되면 공무원이 신고자와 택시 기사를 조사한 뒤 운행 기록 등을 참고해 행정 처분 여부를 결정하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택시 승차 거부에 대한 제주도의 단속 인력도 전무하다 보니 현장 적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일부 택시기사들의 승차 거부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과 함께 업계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