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유족 두번 세번 죽이는 것”

정부 4·3 사실조사 요구에 도민사회 ‘반발’잇따라
관련 단체·정당 등 “반역사·반도민적 행태” 비난

2016-01-06     박민호 기자

정부가 제주 4·3 희생자에 대해 사실조사를 요구하면서 도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4·3 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4·3 희생자 사실조사는 사실상 ‘사상검증’이라고 규정하면서 “4·3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희생자 및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4·3연구소는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은 다시 조사해 문제가 있으니 위패를 내리고, 희생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면 이는 희생자는 물론, 그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이라며 “이번 사실조사가 총리실 산하 제주4·3중앙위원회의 재심의로 이어지고, 다시 희생자 재조사를 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면 제주4·3의 해결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의 사실조사 철회를 촉구했다.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하 더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행정자치부의 제주 4·3 희생자 사실조사 요구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더민주당은 “행자부의 사실조사 요구는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수순”이라며 “원희룡 지사는 행자부의 요구를 거부해 제주 4·3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창일 의원(더민주당, 제주시 갑)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홍윤식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주 4·3희생자 사실조사 공문 발송과 관련, 집중 질의를 이어갔다.

강 의원은 “행자부의 사실조사 요구는 4·3특별법을 벗어난 월권이자, 행정법원에서 각하와 기각 판결이 내려진 소송을 반복하고 있는 보수단체에 ’부화뇌동‘하는 격”이라며 “정부의 공식적으로 재조사 요구는 재심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김우남 국회의원(더민주당, 제주시 을)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지긋지긋한 4·3 흔들기를 이어가고자하는 대결과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제주4·3의 이념적 대립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희생자 재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 박근혜 정권은 법 개정을 통한 근거 마련도 없이 막무가내로 희생자 재심사를 추진, 유족과 제주사회의 민의를 짓밟으며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제주도당(이하 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희생자 사실조사를 ‘반역사적’, ‘반도민적’ 행태로 규정,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제주 4·3은 이념도 정치도 있을 수 없다”면서 “원희룡 도정이 이번 재심사 요구를 거부하는 길만이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을 보여주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