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매력 '스카이라인'
아동화에 있어서 기저선(base line)과 스카이라인(sky line) 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린이들은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사람이나 사물을 공간관계 없이 존재 상징으로 도식적으로 표현하다가 공간관계를 지각하게 되면서는 기저선이 생기는 데 이 기저선은 땅을 의미한다. 기저선 위에는 집이나 사람, 나무 등 모든 것이 일직선으로 배치된다. 드디어 공간 관계를 가지고 배치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저선과 하늘 선의 관계
이 기저선에 대응되는 하늘에 있는 선으로 스카이라인이 있다.
어린이들은 이 세상이 이 세 가지 공간 관계로 되어 있다고 인식한다. 기저선 밑으로는 땅, 스카이라인 위로는 하늘, 그 가운데는 공기라고 생각하고 기저선과 스카이라인 사이에 모든 사물을 배치한다.
이 때 구름은 스카이라인의 대용이 되기도 한다. 기저선이 밑에 그려지고, 하늘을 선으로 그리면 이상하니까 구름으로 하늘 선을 대신 하는 것이다.
아동화를 화두로 삼는 것은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이 어린이 발달 과정에서 그림으로 나타나는 도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시도 기저선과 스카이라인, 그 가운데의 공간 등 이렇게 세 가지 관계로 형성되어 있으며, 기저선과 스카이라인 사이의 공간에 배치된 산이나 건축물 등 구조물은 ‘하늘의 선’, 즉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 도시의 매력을 좌우하고 이미지 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은 새삼스러 운 것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의 빌딩 군(群)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은 그 대표적 예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시내의 스카이라인은 원래 한라산이나 오름의 형상을 연출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한 고층건물이나 상징물이 없던 제주시내에서는 사라봉 북쪽 절벽 위에 세워진 산지등대에서부터 사라봉 꼭대기의 팔각정으로 흐르는 선이 한라산 능선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스카이라인을 이루어 왔으며, 거기에다 지금은 없어진 주정공장의 회백색 굴뚝이 돌출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제주시도 인구 30만이 넘는 큰 도시로 바뀌어 날로 치솟는 고층 건축물들이 산과 바다의 조망을 가리고 스카이라인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과 신을 연결하는 다리
“직선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갈파한 오스트리아의 미술가 겸 건축가 훈데르트바써 같은 이는 직선적인 스카이라인은 바우하우스의 불행한 전통으로 인식했는가 하면, 스카이라인이 하늘과 땅의 경계로 사람과 신(神)을 맺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중요한 테마로 제시했다.
제주시내의 스카이라인은 과연 ‘신들의 고향’답게 ‘사람과 신을 맺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미학적 특성이 살아있는가 라고 한다면 선뜻 대답할 말이 없다. 도시외관을 결정하는 스카이라인은 도시환경의 급속한 변화과정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데 제주시의 스카이라인은 지극히 혼란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제주시는 도시경관기본계획을 통해 한라산에 대한 스카이라인 보존을 경관관리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그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 지도 문제지만, 특히 그 기준의 미학적 근거는 어디에 두고 있으며 그 검토는 어떻게 이뤄지는 지는 더더욱 모호하다.
한라산과 오름이라는 자연미와 고층 건축물이나 어떤 조형물 같은 인공적 구조미가 잘 어우러지는 스카이라인의 구축이야말로 제주시의 도시 미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