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넘어서 황화바람에 대비를”

2016-01-03     강철준

중국인 세계적 관광객이자 투자자
道 2공항 등 ‘인내심’ 있는 정책 필요

새해 제주의 핵심화두를 꼽는다면 ‘중국’과 ‘제2공항’이 아닐까 한다. 전자는 중국관광객 및 자본의 유입과 그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가 관심사이고 후자는 제2공항이 ‘제2의 강정’이 되지 않고 순조로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 두 화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불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있는 공항 늘려서 쓰라’던 중앙정부에서 제2공항 건설 요구를 수용한 이유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자유도시계획이 처음 시행된 2002년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10만명 수준으로, 지금처럼 도처에 넘쳐나는 상황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 했었다. 당시 첨단과학단지·영어교육도시 등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했던 당국조차도 계획 성공에 대해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이것들이 제대로 실현될 경우 제주사회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았다.

관광객과 투자가 늘면 제주도민의 삶은 자동적으로 좋아질 것으로만 상정했다. 삼다수·당근·마늘·돼지고기 등 제주산품이 청정 이미지에 힘입어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도 그것이 단순한 매출증가를 넘어 외지인 이주 증가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초래될 변화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이 지난 십수년간 제주도 당국에서는 7대 선도 프로젝트를 위시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했지만 대개 군사작전식의 양적 목표 달성 위주여서 도민의 생활여건과 제주사회의 지형 변화를 제대로 그릇에 담아내지 못했다. 관광객과 투자가 늘어도 도민의 소득창출 능력이 뒤따르지 못하니 도정에 대한 공감이 미약하고 ‘국제자유도시’는 ‘그들만의 리그’로 간주됐다.

도민들도 스스로 소득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시민사회의 주된 관심은 4·3과 강정에 매여 있었다.

이 사이 이웃 중국은 지난해 1억명이 넘는 해외관광객을 세계 각지로 쏟아내는 세계 최대 관광 수요국이 됐다. 우리나라도 630만명이 찾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중국 위안화는 국제통화로 지정됨으로써 중국투자자들은 세계 어디든 위안화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거대 황화바람이 세계 각지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황화바람이 제주사회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부동산가격 폭등일 것이다.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지인들의 부동산투자가 계속됨에 따라 외지인에게 싼값에 부동산을 넘겨버린 도민과 주택이나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제2공항 추진은 부동산 수요를 더욱 자극할 것이므로 그 불만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제2공항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대 이유도 가장 큰 것을 보면 ‘부동산을 비싸게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데 가서 현재만큼 부동산을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가격 상승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긴요하다.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이중가격제와 과거 투자유치를 위해 제공했던 각종 부동산 관련 세감면 페지를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에 대한 지방세를 강화해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이것을 재원으로 서민 임대 주택이나 상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 외부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도민들의 주거비용이나 상가 임대료를 안정시킴으로써 당국의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과 달리 ‘제2공항’은 제주도가 정책집행의 주체가 돼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긴 하다. 그러나 제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므로 도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달라고 강요만해선 안될 일이다. 그 정책으로 인해 야기될 도민 생활 불편·고통, 그리고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감안하는 인내심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