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교육만이 희망이다”
경기침체·계층간 사다리 실종
젊은이들 상실감 심각
이젠 지식을 보는 관점을 바꾸자
경쟁 벗어난 미래 인재상 길러야
연합고사 폐지 정말 잘한 일
제주형 교육 패러다임 수립 기대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한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상황이 희망적이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신년 벽두부터 마음이 무겁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계층 간 ‘사다리’의 실종으로 신분 상승이 어려운 사회구조로 변화하면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흙수저론’이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과 한탄이 담겨있다. 입시 경쟁의 승리자라 할 수 있는 명문대 출신마저 삶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우주를 감동시킬 만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라며 소위 희망고문의 말들을 계속할 수 있을까.
제주의 상황 또한 20% 미만의 아이들만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에 성공하고, 취업전선에선 1~2%의 아이들만이 원하는 대기업에 갈 수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아이는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다그친다.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 영국의 교육석학 켄 로빈슨(Ken Robinson)은 “이제 지성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19세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공교육 제도가 산업혁명의 시대적 필요에 의해 생겨나면서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세계의 모든 교육제도들이 대학입시를 위한 절차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성’을 보는 관점에 혼돈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재능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고 다양하며, 획일화된 교육으로 지식의 우열을 가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키워줘야 세상이 돌아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산업화 시대의 공장근로자와 지식근로자가 저임금 국가의 지식근로자에게 옮아가면서 새로운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조건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 변화하는 환경 속에 역동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새로운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인생의 성공이 결코 대학입시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절대다수를 낙오시키는 경쟁에서 이길 생각을 하기 보다는 경쟁에서 벗어나 미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길러 질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교육청의 연합고사 폐지 결정은 정말 잘한 일이다. 시험은 개인의 배움을 지원해야 하는 것인 데, 현실에서는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 필요 이상의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느라 희생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연합고사 폐지의 취지가 중학교 3년은 선발고사에 매진하기 보다는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며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 인생의 진로를 탐색하며 동기부여의 시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합고사 폐지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삶의 경로 속에서 진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학교 때부터 진로 교육이 잘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한 교육감의 대답이 너무도 반갑다.
고교체제 개편안과 연계해 일반고를 ‘인 아시아 대학진학’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고, 국립해사고 및 예술중점학교 운영, ‘취업명품’ 특성화고 육성 등으로 동지역 평준화고의 과도한 경쟁률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도한 경쟁시험의 폐단을 없애고자 하는 제도인데 내신경쟁이 심해지는 폐해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제주교육의 기치가 ‘질문이 있는 교실’이라고 한다. 질문은 자기주도 학습의 기본요소이자, 사색과 비판의 바탕이고, 토론의 시작이며,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배움을 지원하는 교육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현실은 험난하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질문할 줄을 모르고, 수업진도는 더뎌지니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형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결코 멈춤이 있을 수 없다. 학부모들의 인식변화와 전폭적인 지지로 제주형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는 2016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