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개국 신화 ‘온평리’ 잃을 판”
마을 주민 400명 제주도청 앞 집회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 본격화 조짐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주민들이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제2공항 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특히 그간 마을 안에서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주민 수백 명이 나서 제주도청 앞 집회를 개최하면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주민 4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 집회에서 “국토교통부가 주민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2공항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온평리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민주주의 절차가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2공항 예정지의 76%, 마을 토지의 45%가 수용되는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우리 마을을 두 동강내고 탐라개국 신화를 간직한 온평리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지워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농지가 제2공항 예정지에 편입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농지를 잃게 된다”며 “이는 예고 없이 해고당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주민들은 소음이 만연한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승이 온평리장은 “자본에 의한 개발로 현주민이 아닌 자본가들의 차지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제2공항 현 건설 계획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인욱 온평리 전 노인회장도 “밭을 팔아 학비를 보태면 쉬울 것 같아도 조상님께 욕보일까봐 참고 참고 또 참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며 “정성껏 모시던 조상님들을 깨워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원통해했다.
온평리 주민들은 이날 결의문을 채택하고 ▲개발 행위 제한·토지 거래 허가제 불인정 ▲제2공항에 대한 긍정적인 광고·현수막·기사 등 행위 반대 ▲제주도정의 선동적인 광고에 대한 반론권 요구 등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