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알아야 직장이 보인다

2015-12-20     김혜경

청소년 직업 접할 기회 너무 적어
자기계발 진학제도 도전 바람직

“평생 나를 먹여 살리는 직업은 언제부터 고민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직업은 몇 개나 될까. 구인·구직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에는 2014년12월 기준 1만4000여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일본은 2만개, 미국은 3만개 정도라고 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3D프린터 매니저 등 17개의 ‘새로운’ 직업을 발표한 바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의 종류를 써보게 한 적이 있다.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대부분이 10개정도를 쓴 게 고작이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그만큼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얘기다.

2001년도 해외연수기회가 있어 독일을 갔다. 거기서도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신선했다. 독일의 교육제도가 듀얼시스템으로 10살 때부터 직업학교와 인문학교로 나뉘었다. 이때부터 적성에 맞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에서는 이론을, 회사에서는 실제 일을 하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치는 것이었다.

귀국해서 내 아이들에게 적용해 봤다. 12살에 내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정했다. 그게 중·고등학교를 거쳐, 미래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는 그 일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중학생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나 방향은 맞다고 본다. 기업에서도 학생들이 기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중학교 때 이것 저것 체험을 해보고 고등학교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월요일에 특성화고에 입학하는 중학생 5명을 인솔해서 H중공업·S중공업·S전지회사 등 탐방을 다녀왔다. 조금 놀란 것은 호기심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쉬움은 조금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보여주면 다음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위안으로 행사를 끝냈다.

지금은 대학진학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난 16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이 8.1%, 82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각한데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으니 기이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방송 대담프로에서 학생들에게 ‘취업프로그램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처음 알았다’ ‘몰랐다’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저들은 왜 찾아 나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직업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직장을 찾을 것이다. 그것이 곧 일자리다. 직업이란 것을 너무 늦게 알려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좀 더 일찍이 자신의 직업을 고민한다면 착오도 많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다.

정부 정책 중에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도제식학교 교육과 일학습병행제가 있다. 특히 일학습병행제는 공급자적인 인적자원 개발이 아니라 수요자적인 인적자원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자녀의 조기 입직으로 조기 퇴직하는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인으로 조기 진출함으로써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도내에선 일학습병행제 참여기업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100여명의 학습근로자가 있다. 100% 만족이야 없겠지만 ‘정식으로 취업해 일하면서 공부도 하게 되니 만족한다’는 대답을 많이 듣는다.

이렇듯 지금은 자기계발을 위한 진학제도는 너무도 다양하다. 우리세대는 ‘공부도 때가 있다’라며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진학을 강요받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채널이 있고 부모를 힘들게 하지 않아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제도들이 너무 많다. 이런 쪽으로 눈을 돌릴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가 어리다고 생각지 말고 초등학교때부터 직업의 세계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