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의 힘’ 사라진 시대…‘꿈·재능’ 조기에 찾아야
[고졸취업 전성시대] <5> 도내 특성화고와 고졸취업 전망
보건의료계열 강점 중문고
미용 단일학과 한국뷰티고
말산업인력 양성 서귀산과고
현재 제주에는 6곳의 특성화고(특성화과가 있는 일반고 4곳 제외)가 있다. 지난주에 이어 남은 3곳의 학교별 모집 정원과 개설학과, 특징을 살펴보고 고졸취업의 전망을 정리한다.
▲중문고
중문고등학교(교장 김남수)는 의료 기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도내 유일의 보건의료계열 고교로 이미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중문고에는 보건간호과, 의료관광과, 의료정보과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인간의 발달과 간호의 기초, 의료 법규 등에 대해 기본 지식을 쌓고 간호 업무나 의료관광, 의료산업과 연계된 분야에서 근무하게 된다. 향후 제주지역에 의료융합산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인력 수급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1966년 중문원예고로 개교한 이후 1972년 중문종합고와 1990년 중문상업고를 거쳐 2011년 중문고로 교명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다. 10년을 단위로 학과와 교명을 달리하며 모호한 정체성을 약점으로 가져오던 중문고는 2010년 '의료+관광'에 방점을 찍는 학과 개편을 단행했다.
▲한국뷰티고
한국뷰티고등학교(교장 홍순열)는 제주시 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경면에 위치해있지만 제주지역 유일의 미용특성화고로 입학생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며 명성을 쌓고 있다. 도내 특성화고 중 유일하게 단일과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토탈뷰티과는 올해 2016년 원서접수에서 71명 모집에 94명이 지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뷰티고는 고산관광정보고로, 다른 실업계와 비슷하게 인터넷 정보과, 관광과 등을 운영하는 그저 시골의 먼 학교였다.
하지만 2003년 공립 전환 후 2006년 토탈뷰티과로 학과를 단일화하고 2008년 한국뷰티고로 교명을 변경한 이후 제주형 자율학교에 연속 지정되며 내실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회를 잡았다.
학생들은 헤어미용, 피부미용,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 다양한 뷰티 분야 전공을 통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 전문 미용인으로서의 사회 진출을 부단히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1년 이후 교육부로부터 특성화고 최우수학교,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대한민국 좋은 학교 등에 수 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학교 측은 61개(올해 기준)의 도내·외 미용 관련 업체와 산학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다양한 곳에서 실무를 익힐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서귀포산업과학고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교장 강원효)에는 자동차과, 인테리어디자인과, 전자컴퓨터과, 자영생명산업과 등 4개 과가 설치돼 있다.
한두 지 분야에 주력하는 타 특성화고와 달리 성격이 다른 여러 학과가 공존하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말산업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또렷한 정체성을 확보, 새로운 경주를 시작한 상태다.
지난 5월에는 교육부가 주최하는 2015 특성화고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단에 최종 선정되면서 말산업 전공 학생 8명이 9~11월 3개월간 호주 멜버른으로 파견돼 경주마의 생산·육성·조련 교육을 받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마감된 2016학년도 원서접수 결과에서는 말 관련 학과가 설치된 자영생명산업과의 지원자 수가 모집인원을 초과, 도내 특성화고 중 가장 인기있는 학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학년 김균태 학생이 국내 승마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인 제10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전국승마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10월에는 마필관리전공 2학년 학생들이 전라남도에서 열린 제16회 문화체육부장관기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대회에서 1, 2, 3위를 싹쓸이하며 학교에 종합우승의 기쁨을 안기기도 했다.
서귀산과고는 1936년 제주공립농업실수학교로 개교, 1969년 서귀농고, 1999년 서귀포산업과학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 달라진 사회
대기업들이 수출실적을 늘리며 국가발전을 견인하던 1960~1980년대 우리는 모두 취업을 원했다. 고학력이 우대받던 1980년대 이후에는 '대입 열풍'이 한국사회를 휩쓸었다. 그리고 다시, 고졸취업의 전성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이것은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 비율은 2008년 84%(교육통계서비스)에서 2009년 81.9%, 2010년 79%, 2011년 72.5%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어지면서 교육부는 2018년이면 대입 정원보다 고교생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서울은 이미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대폭 줄었다. 2005학년도 71%였던 대학진학률은 2015학년도에 56.4%로 급격히 떨어졌다. 전체 고3 학생의 절반만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사라진 시대, 스스로 개척해야
대학교 졸업장, 특정 학과 전공 이력, 토익 고득점. 어느 것 하나 취업과 성공의 길을 보장하는 동아줄은 없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제주 42.5%, 고용노동부 2014년 기준)은 우리의 삶에 꽤 여러 번의 이직의 시간이 놓여있음을 어렴풋이 경고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하는 일, 좋아하는 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졸취업, 특성화고 진학 추세는 이러한 변화의 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우리 아이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높은 학력이 요구되는가. 그 기술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배우고 취업한 뒤 필요에 따라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은 어떤가.
비록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못 하는 시대이지만, 정부와 제주도교육청은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조금 더 일찍 찾고 조금 더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이들을 돕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태세에 들어갔다. 이는 모두가 똑같이 걸어가던 길이 이제는 희미해졌음을 의미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