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에 들떠있는 제주행정

2015-12-10     백승주

본격적인 제주개발 10년
개발성과 ‘외화내빈’ 그 자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문제

제주 심각한 위기의 상황
예래단지·FTA·감귤 등 진퇴양난
도민들 누굴 믿어야 하나

2005년부터 거대 외국자본 유치가 이뤄지면서 국제화·개방화·자유화를 기치한 제주개발이 본격화 됐다. 그런데 지금 10년 세월의 개발성과들을 들여다보면 외화내빈(外華內貧) 그 자체 인듯하다. 도민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그저 편법을 동원하고 숫자 맞추며 ‘세월아 네월아’하기에 급급해 하는 양상이다.

우선 한 여론조사는 도민 62.5%가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뭔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도민 10명 중 6명은 제주개발에 관심 없다는 뜻이고, 그간 행정이 자화자찬하고 요란법석 떨며 도민공감대 없이 개발을 밀어붙여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그간 제주지역투자유치의 큰 성과물로 거론됐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소위 ‘6대 핵심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긍정보다 부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세 13억원을 투입해 작성된 2차 종합계획은 작성자로서 책임을 통감해야할 제주발전연구원에 의해서 슬며시 폐기될 예정이다. 물론 이를 계기로 연구원은 2차 수정계획의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게다가 조만간 미래비전계획도 발표된다.

둘째로 지난 3월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등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판결을 내림에 따라 사업추진이 중단됐다. 행정은 그저 ‘사업이 원만히 정상·추진돼야 한다’는 식의 넋두리만 늘어놓고 있다. 편법을 동원할 도량으로 특별법 개정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셋째로 감귤농정 또한 소비부진과 상품성 저하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위기 탈피를 위한 중장기적 해법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마땅한 대응책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중FTA를 비롯한 열강의 자유무역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돼 있음은 물론이다

넷째로 도정에 의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다양한 미래비전들이 넘쳐나고 있다. 도정이 국내외를 주유(周遊)하면서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2030 비전’, 스마트그리드·신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시스템(ESS)등이 상호 연관된 친환경 산업의 기술융합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그린빅뱅 전략’, 제주를 IT의 주요 거점 도시로 만들겠다는 ‘실리콘비치’전략, 스마트시티, 글로벌에코 플랫폼, 에어시티 등 난해한 용어들을 야심차게 쏟아 낸 결과이다. 물론 그 내용이야 어떻든 현재 제주행정의 능력과 여건, 환경에 비추어 도대체 실현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중앙정부의 뒷받침은 적극적인지 등등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섯째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제주 공항확충 사전 타당성검토’ 용역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느닷없이 제2공항 예정지를 발표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는 과열됐고, 해당지역 주민들은 생사화복을 무시한 행정에 대해 뿔나있다.

투기와 관련해서는 상식 있고 도민 위함이 넘쳐 나는 행정이라면 성산지역 등 2012년에 제시된 4곳의 공항 유력지를 중심으로 사전에 투기억제조치를 취했어야 맞다. 투기가 우려되는 모든 곳에 대해 토지거래 허가제를 발령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한 후에 예정지 발표를 유도했어야 옳은 행정이다.

그런데 제주당국은 전혀 손을 쓰지 않고 방관했다. 한 일이라고는 발표 후에 어정쩡하게 그것도 예정지에 한해 허가구역으로 묶는 순진함을 보였을 뿐이다. 이미 공식적으로 예정지 등 주변지역 절반이 외지인 소유로 넘어간 상태였고, 명의도용 등을 감안하면 그 절반이상이 넘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투기꾼들을 도왔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듯하다. 웃기는 것은 불난 데 부채질하듯 도정이 자신의 구상에 불과한 에어시티 건설을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행정은 국내외 경제위기가 엄습하는데도 위기감을 갖지 못한 채로 제2공항건설 운운하며 마냥 들떠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이 IMF 직전 1996년의 겨울 상황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도대체 도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