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내 집 만들기

2015-12-09     김은철

누구나 가지는 꿈 ‘자기집 짓기’
제주에선 들어온 사람들이 주도
우리도 우리 집을 짓자

인허가절차 기초 지식 습득
건축자재와 공사비도 중요
독창적 ‘제주도 맛’ 있는 집 기대

제주도를 대표하는 많은 것들 중에 초가지붕으로 된 초가집이 있다.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돌담 쌓은 올레를 통해 마당으로 진입하면 ‘안거리’ ‘밖거리’로 이뤄진 정든 고향집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한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낭만의’ 자기 집을 직접 지어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워낙 전문적 분야라고 생각을 해선지 선뜻 시작을 할 수 없어서 대부분 희망으로 끝난다.

그래도 과감하게 용감히 시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유명인들의 성공사례로 시골의 낡은 주택 개보수 등이 ‘화제’로 알려져서 그 마을의 홍보는 물론 지가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제주도민이 주도적 입장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주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그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외지인들은 성공사례를 활용해 계속적인 개발 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제주도민들이 개발에 따른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된다. 제주도민들도 이제는 자기 집을 직접 지어보고 그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집짓기는 동네의 축제였다. 마을주민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게 서로의 노력을 품앗이해서 마을의 집들을 지어 나갔다. 요즘 성공하고 있는 동호인들의 집짓기나 사랑의 자원봉사 집짓기 등에서처럼 여럿이들 힘을 합치면 손쉽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 뜻을 같이하는 주민들과 협력을 하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손쉽게 내 집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본다.

첫째 건축 인허가 절차에 대한 기초 지식 습득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직접 알아볼 수도 있다. 건축을 하려면 지목이 대지여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지는 비싸서 대부분 대지가 아닌 토지에 건축하게 된다. 이 경우는 대지로의 지목 변경 절차가 수반되는데, 시청이나 읍면동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 소규모로 건축하는 경우는 한국농어촌공사의 표준 도면을 활용하면 설계·감리비 부담 없이 건축이 가능하다. 다만 소정의 자문비를 투자해서 건축사의 조언을 활용하면 무난할 것이다.

둘째 건축자재와 공사비다. 인터넷에 많은 사례가 소개되고 있으니 활용을 잘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수많은 공법과 공정들을 분리해 생각하면, 각 공정들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그리고 옛날부터 전해오던 품앗이 방식을 도입하면,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성공적인 집짓기가 가능해진다. 현재 제주도에서도 자기가 집짓는 동호회가 꽤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과 정보를 공유하면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성능의 자기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과감히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제주도의 맛과 멋이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향토성을 대표하는 재료로서, 반드시 좋고 비싼 자재가 아니라 그 동네에서 예로부터 사용돼온 자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집이 있다면 모두 허물어 버리고 새롭게 짓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자재를 활용해 증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초가집의 장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지붕재료도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보고 싶은 제주도의 집들이 많아야 한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득증대 없는 개발은 지지받기가 어렵다.

제주도는 매년 타지로부터 유입되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가는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소외받는 지역주민들이 자기집 짓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 지속적인 협조와 결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