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평가’ 약점 분석없이 ‘숫자 집착’
중복계산 등 ‘부풀리기’ 개연성…정체성·만족도 분석 빈약
사단법인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강창화)가 발주한 제54회 탐라문화제 종합평가보고서가 올해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약점 분석없이 수치 위주로 작성됐다는 지적이다.
종합평가가 다음 해 더 알찬 축제를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행위 임을 감안하면 수백만원을 들이는 강평이 실속없이 습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주예총은 9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사무실에서 지난 10월 5일간 열렸던 제54회 탐라문화제에 대한 용역팀의 평가 분석 결과를 보고받았다.
보고서에서 용역진은 올해 탐라문화제에 전년(15만2900명)보다 3.2% 증가한 15만 8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만 9704명에 이르고 이 중 2만 2070명은 제54회 탐라문화제가 관광의 주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용역진은 이를 근거로 제54회 탐라문화제의 관광객 유인효과는 2만 2070명이며 이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유발된 관광수입은 23억9000만원, 지출효과 63억2000만원, 생산파급효과 134억2700만원, 지역취업유발효과는 192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0억7500만원이라고 발표, 이 숫자를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결론의 주요 근거로 차용했다.
하지만 취업유발효과의 경우 축제 장에서 근무한 사람들의 숫자를 단순 계산한 것으로 이들은 대개 그 이전에도 근무지 관련 업체에서 계속 종사를 해오던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축제를 위해 새로 고용된 사람일 지라도 그들의 수가 축제의 직접적인 성공요소 중 하나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총 방문객 수는 표본 조사이므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어림 수'인데다 축제기간 관람객 수가 중복 계산됐다. 이에대해 용역진 스스로도 정확한 총 관람객 수 산정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더불어 '지역경제 파급효과'라고 표현한 수치들은 상당수가 표준화된 1인당 소비지출액을, 어림잡은 총 방문객 수에 곱한 것에 불과하다.
'생산파급효과'의 경우에도 사실상 제주예총이 올해 탐라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지출한 예산을 기준으로 파급효과를 단순 계산한 정도다.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오히려 축제의 성공 여부는 '제주 전통문화의 전승과 재현'이라는 탐라문화제의 정체성을 잘 드러냈는 지와, 관람객들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는 그 같은 내용이 풍성하게 담기지 않았다.
중국 팀들의 부스가 주 행사장에 가까이 배치되고 이번 축제의 꽃이랄 수 있는 무형문화재 부스가 뒤편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본 지 등 여러 언론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오히려 용역팀은 세계인의 축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축제가 개막축전, 전통문화예술축전 등 4대 축전으로 특장화해 탐라인의 정신과 축제의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또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걸그룹, B-boy 등 젊은 층이 개막 공연 등에 출연한 것을 두고 축제의 지향점이 유인(誘引)인지 제주의 문화를 알리려는 것인지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용역팀은 축제가 한층 젊었다는 평가로 갈음했다.
특히 체험거리에 대해서는 '체험의 극대화를 통한 관람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낸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교 대상은 기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수의 문화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누구와 이 축제장을 찾고,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불편해하거나 만족해하면 돌아갔는지를 분석해 다음 축제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축제 강평의 올바른 방향"이라며 "반면 이번 보고서는 큰 의미없는 수치들이 보고서의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