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논리없는 액션'은 그만
9일 제주예총이 지난 10월 열린 제54회 탐라문화제 종합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용역을 통해 올해 축제의 문제점을 분석해 내년에는 더 알찬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결과가 숫자 일색이다. 우선, 이번 대회에는 15만8000명이 왔다 갔다고 한다. 이 중 관광객이 29만704명이고 다시 이들의 75%인 2만2070명이 탐라문화제가 관광의 주 목적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에따라 탐라문화제의 관광객 유인 효과는 2만2070명이고 이들이 직접적으로 유발한 관광수입은 23억9000만원, 지출효과 63억2000만원, 생산파급효과 134억2700만원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역진은 2015 제54회 탐라문화제를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이 많은 관광객들을 누가 셌을까. 정말 2만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오직 탐라문화제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아 그 만큼의 돈을 쓰고 돌아갔을까. 관람객의 수가 탐라문화제의 성공을 방증하는 요소로 타당한가.
오히려 나는 보고서에서 지난 가을, 축제를 보고 난 뒤 지인들이 전해주었던 목소리를 기대했다. 아이들에게 제주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정작 전통 부스는 행사장 외곽에 있었다던가, 전시 물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사람도 없어 평범한 요즘 엄마의 지식으로는 아이들에게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제대로 설명해주기 어려웠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축제에 몇 명이 왔는 지는 그 다음 문제다.
지난 8일의 기억도 이와 비슷하다. 제주도의회 예결위원회의 제주도교육청 본 예산안 심사 현장.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의원과 교육청 집행부간 설전이 오가던 중 한 의원이 대뜸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을 감히 입에 올렸다는 이유다. 해당 의원은 "대통령을 거론하는 당신이 공무원이냐"는 질책도 덧붙였다.
교육청 국장은 그저 대통령 공약이었던 사업이 교육청으로 재원 부담이 전가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통령'이라는 세 음절의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공무원의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비판을 받아야 하고 국가와 공무원의 행위에 대한 판단은 오직 국민의 안녕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근 집을 이사했다. 미처 정리되지 않은 짐들은 아이가 잠든 새벽시간을 이용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주고 있는데 어젯밤에는 우연히 대학시절 쓰던 책 꾸러미를 발견했다. 1학년 전공필수 '논리학'.
내가 나온 대학에서는 논리학을 1학년에 배정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강고한 믿음들이 사리와 논리에 맞는 지, 목적에 부합하는 지 항상 검토하고 조심하라는 이유에서였다.
'감히 대통령을 언급하느냐"던 모 의원, 축제 평가를 요식행위로 방조한 제주예총, 이날 이들의 행위에는 논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