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나눔의 역설’

2015-11-30     전정택

나눌수록 커지고 줄수록 가진다
사랑의 온도탑 올해도 따뜻하길

지난달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다소 서툰 글씨지만 꼭 눌러쓴 편지에는 보낸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미용학원을 다닐 수 가 없었는데 농협의 따뜻한 도움으로 미용학원을 다니면서 미용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주농협 임직원들은 지난 2006년부터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행복나눔 기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다시 한 번 키워 나갈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올해 도움을 받은 한 학생이 미용학원을 다니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전해 온 것이다. 이처럼 기부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는 소중한 선택이다.

‘희망 2016 나눔 캠페인’이 시작 됐다. 이번에는 33억5000만원을 모금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모금행사는 모금액이 1%가 늘 때마다 사랑의 온도탑이 1도씩 올라가는 퍼포먼스로 지금까지 매년 100도를 넘어섰다.

나눔에 동참하는 일은 항상 아름답다.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일은 사회 전체를 훈훈하게 할 뿐 아니라 생기 있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에도 제주 나눔의 온도가 100도를 훌쩍 넘을 수 있도록 제주도민 모두의 동참을 기원해 본다.

기부문화는 한 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마음만 있다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고 쉬워졌다. 생활 속 기부를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성숙한 나눔 문화가 필요하다.

경쟁사회에서 기부와 모금을 뺀다면 삭막하고 멋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있는 사람이 부족한 사람을 도우며 좋은 목적을 위해 힘을 모아 이루려는 노력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헌신하고 나누는 여유는 훈훈한 정감과 삶의 보람을 보태 준다. ‘제 때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영원한 백만장자’란 말처럼 기부와 나눔을 통해 마음의 부자가 돼 보자.

매번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사례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익명의 기부만이 나눔의 미덕인 것은 아니다.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살아온 인생, 현재의 환경, 기부 여건과 동기 등을 고려해 기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익명으로 할 것인지 아닌지 역시 기부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떠한 형태의 기부든지 그 선행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부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름과 금액이 아니라 기부 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어려운 이웃을 헤아리는 따뜻한 진심이다.

누구든 자신의 재산과 노력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소중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는 박수 받아야 한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2008년 12월 출범한 지 8년 만에 누적 기부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전국에 걸친 회원도 922명으로 1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제주지역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가 현재 37명으로 인구 대비 전국 1위라는 사실이다.

최근 감귤농사를 지으며 20년 넘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기적인 기부와 평생 감귤농사로 모은 거금 2억원을 기부한 농민천사의 선행은 나눔과 기부의 ‘넘버원’인 제주를 더욱 빛나게 한 뿌듯한 사례다. 이런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감동을 받는다.

나눔이라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나눌 수록 커지는 게 나눔이며, 남에게 많이 나눠줄수록 자신도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나눔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눔의 역설이며 나눔의 신비다. 2015년을 보내기 전에 나눔의 신비에 동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