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좀 더 의연한 모습 보여야

2015-11-26     제주매일

제주도의회가 예산안 심사를 ‘무기’ 삼아 도감사위원회 때리기에 나섰다. 의회 사무처를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한데 대한 일종의 분풀이인 셈이다.

앞서 도감사위는 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공무국외연수 시 수행 인력이 타 시도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또 본회의 등에 국외출장결과를 보고한 후 그 내용을 도의회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추진비를 선물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하고 올 추석엔 세 차례에 걸쳐서 도의원들에게 선물을 지급했다.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사용해 온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와 관련, 도의원들은 예산 심사를 뒤로 한 채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모 의원은 ‘수행’과 ‘동행’의 차이가 뭐냐며, 공무원들이 도의원들과 함께 가면 ‘수행(隨行)’이고 감사위원들과 가면 ‘동행(同行)’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의원은 “감사위가 잘못을 하면 누가 감사를 해야 하냐”고 비꼬기도 했다.

참으로 치졸(稚拙)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감사위는 관련 법규나 규정에 따라 잘잘못을 가렸을 것이다. 도의회라고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덮어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감사위에 대한 감사 문제도 억지에 가깝다. 현재 도의회가 감사위에 대한 예산 심의와 함께 행정사무감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바로 감사(監査) 행위다.

더욱이 도의회는 그 누구보다 ‘감사위의 독립’을 강조해왔다. 그러기에 감사위의 지적 사항은 겸허하게 수렴하고 개선해 나가야지 예산안 심사를 빌미로 다그칠 사안은 아니다. 아직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二重的) 행태가 도의회에 남아 있다면 깨끗이 털어버려야 한다.

제주도의회는 집행부인 도와 더불어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양대 기둥이다. 의원 하나 하나가 도민을 대변(代辯)하기에 그 책임과 위상은 실로 막중하다 할 것이다. 때문에 좀 더 의연하고 어른스러워야 한다. 감사위의 조그만 지적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도의회의 위상(位相)과도 걸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