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핀테크 전문학과 제주에 신설

2015-11-25     강철준

‘온라인 금융시대’ 맞는 인재 육성
국제 금융인 목표 국내 최초 개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이지만 여진은 아직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은행들은 여전히 천문학적 부실대출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가 두려워 돈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힐러리 미국 대통령후보는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가리켜 “미국과 세계경제에 암적 존재”라고 하면서 더욱 엄격한 규제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까지 지낸 폴 볼커는 은행을 단순하게 예금과 대출만을 취급하는 관공서로 만들어야 다시는 금융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 은행들은 점포와 직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마존·알리바바 등 인터넷 상거래업체들의 금융업무 진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 그 대금을 카드회사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미리 예금을 받아두고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해주거나 부족한 돈은 대출해주는 등 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주식이나 펀드 투자도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금융업에는 애플과 페이스북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카카오·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은 스마트폰·SNS·빅데이터·인공지능·생체인식 등의 정보기술을 금융업에 활용하면서 기존 은행들의 비즈니스 거의 전부를 커버할 태세다. 정부에서 공식적인 은행면허만 쥐어준다면 누가 살아남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과 선진 무선네트워크인프라를 갖추어서 정보기술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정보기술을 금융업과 융합시키는 핀테크, 즉 금융기술면에서는 중국보다도 뒤처지는 신세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 회원수는 전세계 6억명에 달하는 반면 국내의 삼성페이는 최근까지도 100만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지난 8월 경제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혁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혁명 흐름을 놓치면 우리 금융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재빠르게 정보기술업체의 금융업 진입 허용,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그리고 핀테크전문기업 창업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각 은행들도 앞 다투어 새로운 핀테크기술을 업무에 도입하겠다고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은행직원 또는 전산기술자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존 직원들은 종전 영업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운 스마트기술 수용에 한계가 있고, 기존 전산기술자들은 금융실무와 영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재교육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수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이든 인터넷기업이든 정보기술 분야 신기술과 금융을 융합하는 전문 인재, 즉 핀테크 전문인력이 앞으로 상당수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제주국제대학교에서 금융기술학과를 신설하는 이유다.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개설하는 이 학과 교육은 금융이론은 최소화하면서 금융실무·영어·코딩에 집중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시스템개발 실습을 병행할 것이다. 동시에 학과 안에 연구소를 설립, 학생 전원에게 인턴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제주도내 금융거래 규모가 작아 취업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목표는 서울을 넘어 상해·홍콩·싱가포르가 될 것이다. 물론 제주에서 핀테크 전문벤처를 창업하는 졸업생도 있을 것이다.

핀테크전문인력은 금융공학자와는 다르다. 후자는 시스템개발능력은 없이 고도의 수학과 통계학이론을 활용해서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고난도기술자로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그 수요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제주국제대학교가 신설하는 금융기술학과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