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자
제주 ‘외세’에 버틸 수 있나
기업의 요건 사람·토지·자본에서
그나마 경쟁력은 ‘사람’에
제주서 살아갈 아이들 교육 중요
실용중심 교육으로 변화돼야
교육청·학교·부모같이 노력 필요
“아들아, 제주의 상황이 여의치 않거든 남미로 가라.” 불과 3년 전만해도 공시지가 15만원 수준에 불과하던 과수원 주변 땅값을 100만원이나 부르고 있다며 “제주사람이 제주에 살지 못 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걱정하시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땅값·집값이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르기 마련이라 정작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은 실속 없이 삶의 비용만 높아지게 돼서 그 삶의 비용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면 삶의 기반마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저렴한 공산품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사실상의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이다. 그런 중국과 중국인에게 우리 제주가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 동남아 각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호주 등의 해외사례에서 중국 자본의 진출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낸 곳은 없었다. 하물며 우리 제주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누구든 제주에 투자해서 제주가 발전하면 좋은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외부 투자자가 제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제주 내에서 순환되기보다 외부로 빠져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토종기업과 제주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력이 열악한 우리 제주의 한계도 문제지만 그간에 제주에서 사업하는 외지인과 중국인만 보아도 그들의 사업화 전략 또한 우리를 능가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제주가 발전하면 모두가 잘살게 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는 막연하다. 제주발전의 기회이기 이전에 제주인의 미래에 고스란히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상인의 정체성을 가진 중국자본과 중국인이 밀려오는 작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우리의 해법은 무엇일까. 기업의 3요소인 사람과 토지·자본 중에 제주의 기업과 제주사람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막강한 자본력의 중국에겐 ‘토지’ 점유율도 시간문제일 뿐, ‘사람’에 대한 경쟁력만이 우리가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제주사람이 없는 제주를 상상해 보라. 그러니 제주의 교육은 제주를 떠나는 아이들이 아니라 제주에 남아서 제주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 제주 교육의 중심이 결코 대학입시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아이들이 제주 땅에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게 키워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며, 우리 아이들이 외부 투자기업의 종업원이 아니라 스스로 사업모델을 찾고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창의와 도전정신을 키워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일제강점기에 식민지배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교육시스템이 바탕이다. 시키는 대로 잘하는 국민, 생산성 있는 노동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읽고, 쓰고, 토론하는 교육이 사실상 전무하다 보니 대학에서조차 질문과 토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업모델을 창출할 창의성을 기르고 제주의 문제해결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큰 괴리가 있다. 제주의 교육만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이론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제주의 가치와 제주의 경쟁력을 발견하고 제주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연구하며 토론하는 실용중심의 교육으로 변화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경쟁중심의 교육체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등급을 매기고 한 문제 더 맞히는 것으로 순위를 가리느라 우리 아이들은 암기 위주의 필요 이상의 공부를 하느라 잃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시기에 책을 읽지 못하고, 건강은 물론 가족과 대화할 시간조차 얻지 못하며, 공동체 생활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배려’와 ‘협력’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제주 교육의 변화는 결코 교육청과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우리 아이들이 제주 땅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데 골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