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공천권을 국민에게…”

2015-11-17     박상수

김무성·문재인 대표 ‘전격 합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채택
청와대 5가지 이유 들며 반대

개선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 불구
그 이후 논의 중단 상태
상향식 공천제 반드시 도입돼야

지난 9월3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의원 후보 결정 방법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채택에 합의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각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1회용 전화번호’, 즉 휴대전화 소유자의 신분 노출을 막는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통해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방법이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방안이며, 계파정치를 타파하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가 적어도 정치면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계파정치를 타파해야 하는데, 이 제도가 그런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으로서 결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인 개선과 국민 의식수준 향상을 통해서 더 나은 제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다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 ▲선관위 관리비용이 막대하다 ▲전화응답과 투표는 다르다 ▲당 내부 합의 절차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여기서 첫째와 넷째는 제도 개선과 국민 의식수준의 향상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둘째의 경우 조직력이 아주 강력한 후보에겐 부분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아주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처음에는 혹여 그럴 수 있을지 모르나, 점진적으로 그 지역에서 명망이 있고 민의를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주민들이 판단하는 후보가 공천될 가능성이 더 커지리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이유는 논의를 통해서 합의해야 할 사안이고, 양당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어느 한 당만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에 따라선 불리한 사례도 나오겠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결코 불리하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번째 이유는 겉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막대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제도에서 계파정치로 인해 나타나는 정치인들의 부패 가능성,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계파 보스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국회의원들의 비이성적인 정치적 판단, 지역 구도의 잔존과 그에 따른 피해 등은 숫자로는 계산 불가능한 엄청하게 끼치고 있는 국가에 대한 피해다. 눈에 보이는 비용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용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떻든 일명 ‘안심번호 후보공천’은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논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 의견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다수 현역 국회의원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선 자신들의 후보 공천이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야당 일각에선 ‘국민완전경선제’를 통해서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선 최근 선거 패배에서 인기를 만회하려는 의도, 문재인 대표의 독주에 대한 반발, 자신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이런 시도는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도입될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선 이제 상향식 공천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서 나타나는 각종 비리와 부패, 계파 수장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 그에 따라 나타나는 각종 정치적인 비효율 등을 청산하고 고질적인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대안이다. 정치사상에 입각한 각 정당의 정책 대결, 이를테면 보수와 진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는 경제에 걸맞은 정치의 선진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180달러에 이르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4만달러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정치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경제의 선진화를 방해하는 중대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950~60년대에 건실한 중진국으로 평가받으며 얼마 후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평가됐던 필리핀과 아르헨티나를 회고해 보면 더욱 그런 우려를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