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지진’ 세기도 심상찮다
14일 日 해역서 7.0 강진···제주 고층 건물 ‘흔들흔들’
5.8 지진 등 최근 제주 인근서 3.0 이상 수차례 감지
진모(37·제주시 노형동)씨는 새벽에 잠을 자다 침대가 흔들거리는 느낌을 받아서 깼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지만 몇 번이나 반복해서 흔들렸고, 가슴이 철렁한 진씨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김모(32·서귀포시 동홍동)씨 역시 새벽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밖을 보니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집 밖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119종합상황실 등에는 건물이나 가구가 심하게 흔들리는 등 진동을 감지했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지난 14일 오전 5시51분께 일본 가고시마현 서남서쪽 193km 해역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제주에서도 창문과 침대가 흔들리는 것이 감지될 정도로 강했다.
이어 15일 오전 4시20분께에는 비슷한 위치인 일본 가고시마현 남서쪽 170km 해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관측됐다.
제주에서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 내진 설계 등 지진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도내 고층 건물 등이 수십 초간 흔들려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지진 발생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랐다.
또 30·40대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제주지역 한 인터넷 카페에는 관련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등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주부는 “10층에 사는데 침대가 흔들리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며 “마치 누군가 침대를 잡고 마구 흔드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여성은 “7층 조리원에 있었는데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고 겁이 났다”고 했고, 또 다른 여성은 “온 가족이 깜짝 놀라 아파트 밖으로 나와 보니 다른 주민들도 나와 있었다”고 글을 올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에서는 진도 3.0 정도의 진동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층 건물에서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이며, 국내에는 쓰나미·해일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제주 일대에서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 기관이 장비를 갖춰 공식적으로 지진을 관측해 발표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제주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1993년 3월 28일 오전 10시16분께 제주 서쪽 230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이었다.
2000년 이후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08년 5월 31일 오후 9시59분께 제주시 서쪽 78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2의 지진이었다.
특히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3일 오전 10시11분께 서귀포시 성산 남동쪽 22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2005년 6월 15일 서귀포시 서쪽 41km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 2011년 2월 27일 제주시 서북서쪽 57km 해역 규모 3.7 지진 등 규모 3.0을 웃도는 지진이 수차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제주의 내진 설계 대상 공동주택은 5283동이지만 실제 내진 기능이 있는 건물은 1813동에 불과, 내진율이 34.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