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진지한 해녀 삼촌 이야기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출간

2015-11-15     문정임 기자

제주 섬 구석구석에 길을 낸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제주 바당(바다의 제주어) 올레길에서 만난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을 발간했다.

이 책은 올레길을 낸 이후 서명숙 이사장이 8년간 그 길에서 만난 해녀들과 나눈 우정의 결실이자 그들의 대한 기록이다.

가파도에서 만난 해녀는 열두살에 처음 물질을 시작했다. 오빠는 아들이라고 학교에 보내고 열두살 자신에게는 책가방 대신 테왁을 쥐어주며 바다로 나가게 했단다. 새로운 운명이 시작된 날, 그녀도 자신의 삶을 직감한 듯 물 위에 둥둥 떠서 서럽게 며칠을 울었다.

누군가는 전쟁에 나갔다 돌아온 남편이 시름시름 앓다 몇년뒤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은 자식을 책임졌고, 누구는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까지 호적에 올리며 한 많은 삶을 살았다.

엄마는 자신의 삶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딸을 뭍으로 내보냈지만 결혼 후 우울증으로 다시 고향으로 와 뒤늦게 물질을 시작한 해녀도 있다.

서씨가 올레길 위에서 만난 해녀들의 이야기는 한 장 한 장 쉽게 읽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삶의 파고를 넘어온 해녀들에 대해 존경심을 느끼게 한다. 

그녀들의 인생은 한결같이 고생스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이 온전히 희생자들의 삶 자체는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만난 해녀 삼촌들은 살기 위해 했지만 본인도 살 만 했노라고, 물질이 힘들기도 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 해녀들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서 이사장은 "올레길을 내면서, 또 올레길을 낸 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녀들의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이 세월을 버티게 해 주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스스로 그러한 삶을 보여주었다"며 "바람과 바다로부터 인생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배운 것은 아닐까"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이번 책은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제주의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아낸 '식탐' 이후 서 이사장이 제주와 관련해 저술한 네 번째 책이다. 1만5000원·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