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나눔의 美’ 고추월씨 흉상 건립
2008부터 제주대 발전기금 11억1000만원 기탁
학창시절 어려웠던 경험을 잊지 않고 기부로 승화한 고추월(77) ㈜월자포장 대표가 최근 제주대로부터 교내 흉상 건립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제주대 측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껏 배우지 못한 상처를 딛고 자수성가해, 공동체에 '기부'라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태어난 고씨는 7살 때 고향 제주(구좌)로 온 이후 아버지 일을 돕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 했다. 담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중학교 졸업장은 간신히 품에 안았지만 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성장했다.
포장 박스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그는 1984년 구좌읍 하도리에 (주)월자포장을 설립했고 1999년에는 월자제지를 신설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기부도 시작됐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제주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탁한 금액은 11억 1000만원에 이른다.
그보다 앞서 2003년부터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도 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도내 아너 소사이어티 10호(전국 256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제주대도 고마움의 표시로 2014년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교내 사슴동산에 그녀의 흉상을 건립했다. 고 대표는 제막식이 열리는 날에도 제주대 학생 10명에게 각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고 대표의 기부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의 자신처럼 가난때문에 상처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 대표는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학비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후 학교를 찾았지만 스승은 돌아가셨고, 스승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모교인 제주여중에 장학금을 기탁하면서 기부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가난한 학생들을 돕고 싶은 것 뿐"이라며 "다만 (기부라는 것이)하다보니까 더 하고 싶고,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1996년 제주여중에 장학금을 기부한 이후 수술비가 필요한 학생과 제주제일중 육성기금, 근로자 자녀 장학금, 베트남 모 중학교 등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의 사재를 기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