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모저모] “모두 힘내세요!” 수험생 응원 ‘한마음’
모처럼 입시한파 없는 포근한 날씨 속에
경찰·운전자회·학부모 등 새벽부터 봉사
다친 학생도 병원에서 무사히 수능 완료
모처럼 '입시한파'없는 수능일이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2일 제주지역은 15~19도의 기온 분포를 보이며 중국 북동지방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맑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모여든 각 학교 선생님들과 후배, 봉사자들의 열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응원해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제주지구 제6시험장인 제주중앙여고에는 수험생들보다 봉사자들이 먼저 온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모범운전자회 회원들과 경찰 10여명이 일대 교통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모여 들었고, 중앙여고 학부모회와 제주시청 불자회가 따뜻한 차 준비에 분주했다.
모범운전자회 송용암씨는 "올해도 수능이 돌아와 이렇게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에게는 수능이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우리 딸도 중앙여고를 나왔는데 벌써 아이가 셋"이라며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아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중앙여고 학부모회는 부스 앞에 '사랑하는 딸들, 힘내!'라는 구호를 써붙였다.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회 엄마들은 "우리 딸도 내년이면 시험을 보기 때문에 이미 마음은 다들 수험생 부모"라며 "딸들, 다 같이 힘내자"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학교간 응원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소속 학교 학생들에게 힘을 주려는 교사와 후배들의 조용한 응원 열기가 자리했다.
교사들은 제자들이 고사장 정문으로 들어설 때마다 손을 꼭 잡거나 포근히 안아주었다. 후배들은 사탕과 휴지, 물 등 시험시간 필요한 물품을 조용히 건넸다.
현장에서 만난 세화고 김종식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 곳에서 제일 시험을 많이 보기 때문에 새벽부터 나왔다"며 "학생들만큼 떨린다. 모두들 제 실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 올해도 바쁜 경찰
올해 수능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비상의 연속이었다. 수험장을 들어서기까지 긴박한 사연이 많았는데 이들을 돕기 위한 경찰과 자치경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입실 마감을 30여 분 앞두고 서귀포시 1호광장 인근에서 수험생 김모(18)군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차량 정체가 심해 남주고 고사장까지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경찰은 김군을 사이드카에 태우고 가까스로 시험장에 입실시켰다.
같은 시각 제주시청에서 방황하던 김모(19)군도 자치경찰의 도움을 받아 입실 종료 시간 3분 전에 시험장인 대기고등학교에 도착,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또, 중앙여고에서 시험을 봐야하는 한 수험생도 오등동 일대에서 차가 막히자 도움을 요청, 경찰의 등을 꼭 잡고 고사장으로 무사히 진입했다.
그런가 하면 오전 7시43분께 남녕고등학교 정문에서는 한 학부모가 급히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들이 신분증을 집에 놔두고 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경찰 사이드카를 타고 건입동에 있는 집까지 신속하게 가서 신분증을 챙기고 수험장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무사히 전달했다.
이처럼 제주경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이날 하루 시험장까지 수험생 25명을 수송하고, 신분증과 수험표를 소지하지 않은 수험생 3명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이번 수능에는 모두 26명의 학생이 특별관리 하에 시험을 치른 가운데 교통사고로 골반 등을 다쳐 S-중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한 김모(18) 군도 병원 내에 설치된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현장에는 장학사와 감독 교사, 경찰이 파견됐으며, 병원 측은 김군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소음 유발을 방지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40분 시작된 시험은 5교시를 기준으로 오후 5시 종료됐다. 올해 수능에는 도내 수험생 7327명 등 전국에서 63만1187명이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