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자”
국내 자전거 인구 폭발적 증가
하지만 교통분담률은 1.8% 불과
유럽 국가 30% 수준과 대조
문제는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
새로운 교통수단 적용 ‘배려’ 필요
제주도 차원의 정책도 있어야
제주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도로가 지난 7일 개통됐다. ‘제주환상 자전거길’이라 명명된 이 도로는 제주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을 달리며 거리는 234㎞다. 건강과 친환경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자전거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만 200만 명이 더 늘었다.
그런데 자전거 이용 목적이 아직까지는 레저나 건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8%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30%를 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너무나 낮은 수치다.
제주도는 현재 유입인구와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보유대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만이라도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제주의 교통환경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찾고 해결방안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안해도 아직이다. 자전거 운전자가 보행자를 들이받아 사망사고나 중상해사고 등을 야기한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통학목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지나던 학생이 자동차에 부딪쳐 다쳤다면 차량운전자를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 경우는 차대차 사고로 구분,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자동차의 불법주정차와 난폭운전으로 차도를 이용할 수 없는 자전거 이용자는 불가피하게 보도를 이용하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가 흔하게 목격하게 되는 이 광경에는 굉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전거 운전자가 보도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혀 다치게 했다면 보도통행방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는 ‘차’다. 자전거를 타고가다 사고를 야기하였다면 자동차와 동일하게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 피해자는 주로 보행자일 테고, 경우에 따라 또 다른 자전거 이용자일 수도 있다.
도로는 자동차·보행자와 자전거가 조화롭게 이용하는 교통공간이어야 한다. 현행 법제도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도로에는 ‘차’와 ‘보행자’만 있을 뿐이다. 지방자치단체 여기저기에서 야심차게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해도 자전거 이용자가 교통의 목적으로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법제도가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이 아닌 위험한 교통수단인 차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유도 있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개념정립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이래야 자전거를 위한 전용신호가 생기고 별도의 통행방식을 정할 수 있다.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좌회전하고자 할 때 현재와 같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넜다가(보행자의 지위)가 다시 차도나 자전거 도로로 진행(차의 지위)하는 방식에서, 차량보다 먼저 자전거에게 좌회전 신호를 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보행자의 지위와 차량의 지위가 반복해서 바뀌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보행자는 언제나 보호대상이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므로 언제나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자전거도 자동차에 대해서는 ‘교통약자’인 것은 분명하다. 법적으로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구분하여 가해자의 의무만 아니라 피해자로서 보호대상도 될 수 있도록 차등 적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이 낳은 폐단으로 말미암아 OECD 32개국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31번째로 거의 꼴찌 수준에다 자전가 사망사고도 OECD 평균보다 1.3배 이상 높다. 도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보행자와 함께 공존 가능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제주환상 자전거길 개통에 발맞추어 자가용 운전자가 자전거나 도보로 수단전환(modal shift) 시 이동거리만큼 혜택을 주는 교통안전공단의 그린교통포인트서비스와 연계하거나, 제주만의 독특한 교통정책을 개발하는 등 제주도 스스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