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만은 못한 농업인의 날

2015-11-10     문대진

개방정책에 1차산업 일방적 희생
정부 차원 지원 및 자구노력 필요

오늘은 20회째 맞이하는 ‘농업인의 날’이다. 지난 1996년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가 이듬해 ‘농업인의 날’로 명칭을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국이어서 농업을 중시해왔다. 이러한 민족의 정서는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표현에 잘 배어 있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법정기념일이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헌신하는 농업인을 발굴, 포상하면서 농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범국민적 차원의 뜻이 깊고 의미가 큰 기념일이다.

11월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한 배경은 흙‘土(토)’자다.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가 겹쳐진 ‘±月±日’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쓴 게 11월11일이다. 이 시기는 한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 작금의 농업과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쉬며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온갖 시름에 잠겨 있는 게 우리 농업인들의 현실인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방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1차산업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부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개방적 통상정책을 추진, 현재 52개 국가와의 발효 또는 체결 상태다.

이에 따라 수입 농산물은 2013년말 현재 전체 시장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국내에선 관련 분야의 공청회나 논의도 없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가입의사를 지난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힘으로써 우리 농업인들의 염려와 걱정은 더욱 깊어만 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1차산업을 희생시켜서는 절대로 안된다. 완벽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보전 대책을 제주도정과 정부는 반드시 마련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한-중 FTA 등 대응 1차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개 분야 536개 사업에 4조 4941억원 투자를 골자로 하고 있다. 국비가 1조 6643억원·지방비 1조 3772억원·융자 6151억원, 그리고 자부담이 8375억원이다.

문제는 계획이 아니라 투입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재원이 투자되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원의 규모가 방대, 재정이 열악한 제주특별자치도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제주 1차산업의 특수성을 감안, 특별한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 FTA대응 제주도 1차산업 생산자단체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3·14일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제주 농어업인에 대한 특별지원 대책 10대 요구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여·야 수뇌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우리 농업인들도 무조건적인 대책과 지원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적응을 해 나가야 한다. 생명산업인 감귤의 위기를 기회로 국면하기 위한 혁신5개년 추진계획에 따라 의식·품질·유통의 3대혁신을 통해 달성해 내야 한다.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를 통한 재도약이 행정 주도가 아닌 농업인 스스로의 자율실천 운동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감귤과 더불어 제주농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월동채소 수급안정 작목체계 혁신에도 우리 농업인들이 적극 동참하는 등 제주의 1차산업을 혁명적인 수준으로 변화를 시켜야만 안정된 농업을 영위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일인 ‘농업인의 날’을 즐겁게 축하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농업인 스스로의 노력을 다짐하면서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