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사행심 부추기는 정체 불명 기념일
‘빼빼로 데이’ 등 각종 상술 난무
‘챙기기 문화’ 확산 사회적 문제
유래가 불분명한 국적 불명의 각종 기념일이 소비자들의 과소비와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념일 챙기기 문화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면서 따돌림이나 상대적 박탈감까지 야기하고 있다.
속칭 ‘빼빼로 데이(11월 11일)’를 하루 앞둔 10일 제주시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판매대 등에는 막대과자 행사 상품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빼빼로 데이에서 흔히 선물용으로 포장되는 막대과자는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까지의 묶음 제품으로 포장돼 있었다.
그러나 막대과자에다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인형과 꽃, 바구니 등을 끼워팔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거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편의점에서 막대과자를 구입하려던 대학생 강모(21)씨는 바구니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강씨가 구입을 포기한 제품의 가격은 4만5000원이었다.
강씨는 “주요 상품은 고작 몇 개 뿐이고 대부분이 끼워넣기 상품”이라며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양모(29·여)씨는 “상술이니 휘말리지 않으려고 해도 다들 챙기는 분위기라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샀다”며 “기념일마다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 같은 기념일 챙기기 문화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따돌림이나 상대적 박탈감도 우려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고모(37·여)씨는 지난 주말 ‘친구야 맛있게 먹어’란 스티커가 붙은 비닐에 막대과자들을 넣고 리본으로 묶는 작업을 했다. 이를 준비하는 데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고씨는 “요즘은 아이들끼리도 각종 기념일을 챙긴다”며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 기념일을 챙기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모(39·여)씨도 “우리 애만 준비 안 한 것처럼 될까봐 아들 친구들에게 친하게 지내라는 의미로 주기 위해 막대과자를 구입했다”며 “기념일이 이제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행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적 불명의 기념일로는 1월 다이어리 데이, 2월 밸런타인 데이, 3월 화이트 데이, 4월 블랙 데이, 5월 로즈 데이, 6월 키스 데이, 7월 실버 데이, 8월 그린 데이, 9월 포토 데이, 10월 와인 데이, 11월 빼빼로 데이, 12월 머니 데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