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예술의 섬’ 서로 다른 시각

김원 “세계 유수 예술인들과 다양한 예술적인 실험”
강요배 “과도한 장식 번잡…행정의 마인드 바꿔야”
장선우 “제주다운 디자인 필요…상징 고민할 시점”

2015-11-09     문정임 기자

제주가 어떤 문화예술의 섬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예술가들의 의견은 각기 달랐다.

문화예술을 관광과 산업 등 차세대 제주의 성장 동력과 연관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짜기 위해서는 먼저 각계 의견수렴을 통한 공감대 도출 작업이 탄탄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발전연구원(원장 강기춘)과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수열)가 9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초청한 가운데 개최한 '제주 문화예술의 섬 조성 전략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각기 다른 시각과 철학을 제시했다.

김 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세계 유수의 예술가들을 통한 제주 알리기를 하나의 안으로 제시했다.

김 원 대표는 수확을 끝낸 보리밭이나 드넓은 해안, 공중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등 제주의 비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하며 환상적인 제주자연을 배경으로 유명 예술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문화예술적 실험을 진행하면 제주가 세계 언론에 조명, 제주를 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강요배 화가는 "그들은 제주와 이질적일 수 있다"며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을 초빙하는 것이 꼭 옳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요배씨는 "제주 곳곳의 '화려한' 저수조와 방파벽, 거리의 과도한 장식들이 제주를 오히려 번거롭게 만들고 있다"며 "우선 문화예술을 집행하는 행정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제주도청)문화예술과의 책상은 분단장처럼 배열된 책상과, 어둠컴컴한 책상이어서는 안 된다"며 공무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낮은 인식을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장선우 감독은 자신에게 제주는 "'예술의 섬'이기 이전에 안식처이자 의지처"라며 "퇴폐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할 경우 제주는 자칫 (철학없이)디자인만을 위한 섬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감독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제주에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제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인 것 같다"며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제주를 외부에 어떻게 상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다른 곳의 아름다움을 차용하는 방식은 제주를 혼란스러운 섬으로 만든다"며 "예산과 제도에 의해 제주 마을의 자연스러움이 없어지는 현상을 지난 수년간 목도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만난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토론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섬이 어때야 할 것인지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이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공통의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앞으로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