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초고속, 해지는 하세월”

모 통신사 인터넷 해지 접수 ‘의도적 기피’ 의혹
전화 담당부서 연결 ‘계속 대기’···요금도 소비자

2015-11-08     김동은 기자

A씨는 금요일인 지난 6일 오후 5시 30분쯤 가입한 후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해 모 통신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상담원은 담당 부서를 연결시켜준다며 전화를 돌렸지만 통신사를 홍보하는 내용의 통화 대기음만 들릴 뿐 연결은 되지 않았다.

다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건 A씨는 상담원을 통해 담당 직원과의 연결을 요구했으나 이번에도 통화 대기음만 들려줘 기다리다 지쳐 끊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전화를 끊고 또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고객센터 업무 종료 시간인 오후 6시가 돼 버렸고, 결국 인터넷 서비스 해지에 실패했다.

그는 해지 못한 것도 분하지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 통화요금 내역을 보고는 더 속이 터졌다. 담당 부서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통화요금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온갖 감언이설로 가입을 유도해 놓고는 해지는 어렵게 만들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며 “해지가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고객에게 통화요금 부담을 지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B씨도 몇 달 전 인터넷 서비스 해지를 위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기다렸으나 통화 대기음만 계속해서 들렸다. 이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담당 직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B씨는 “해지를 위해 전화라도 하면 연결이 무슨 연예인급으로 힘든 데다 기다리는 동안 통화요금이 올라간다는 생각에 해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들이 해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해지하기도 어려운 데다 통화요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해지를 위한 담당 부서 연결이 단 번에 이뤄지지 않아 고객들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고객센터 무료 번호를 몰라 유료 번호로 전화를 걸면 수십 분씩 통화 대기음을 들으며 수화기를 들고 있는 사이 통화요금은 고스란히 고객들의 지갑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려면 수십 분씩 수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판에 이때 드는 통화요금까지 고객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고객센터 무료 번호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상담원과의 통화 없이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