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엽기'

2005-07-01     제주타임스

요즘처럼 ‘엽기적’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을까.
엽기적이라 함은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거나, 인간의 모습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척 부정적인 말인 데도, 요즘은 유행어처럼 어린이에서부터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엽기’로 말하자면, 올 초 서귀포시가 방학중 결식아동에게 제공한 ‘부실 도시락’ 파문도 엽기적이었고, 최근 병영(兵營)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나 군인들의 알몸사진 등도 엽기적이었지만,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할 해당 장관이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도 이유야 어디에 있든 엽기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엽기적인 사건이 도내 초등학교에서 일어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서귀포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학생 5명을 불러 세워놓고 바퀴벌레 약을 뿌린 사건이 그것이다. 이 교사의 눈에는 어린이들이 바퀴벌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신성한 학원에서 벌어진 것이다.
문제의 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을 윽박지르거나 체벌을 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히려 뺨 한 대 때리는 편이 낫지 살충제 살포라니 이런 인격 모독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교원평가제가 필요하며 부적격 교사는 당연히 퇴출 돼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제주시내 일부 고교에서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기료를 학부모들에게 부담시켜 잡음을 일으키고 있기도 해 올 여름 제주 교단은 무더위만큼이나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이 또한 엽기적이 아니겠는가.
영화‘엽기적인 그녀’는 사랑스럽기라도 하다, 엽기적인 교사나 교육환경은 사라져야 할 공적(公敵)이 아닐 수 없다. 교육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