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쟁의 헌법심판 청구를 반대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대 현안인 행정구조개편과 관련하여 추진주체인 제주도와 그 대상인 4개 시ㆍ군 간의 의견대립은 마침내 헌법심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김영훈 제주시장은, 행정자치부장관이 도내 4개 시ㆍ군의 폐치ㆍ분합에 관한 주민투표실시를 제주도지사에게만 요구하고 시장ㆍ군수에게 요구하지 아니한 것은,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갖고 있는 주민투표 집행권한을 침해한 것이 되므로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시장, 군수와 협의를 거쳐 헌법재판소법 제2조 제4호, 제61조의 규정에 의해 ‘권한쟁의심판’청구와 함께 주민투표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헌법학자 또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승소가능성(?)까지 타진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제의 발단은, 제주도지사의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대한 도민 인지도 조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제주도지사의 여론조사행위는 일종의 정치행위로서 법적으로 이를 다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대법원 95누12736호 판결 참조).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 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주민투표요구에 대하여 주민 또는 기초자치단체가 행정소송(기관소송)을 통해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으므로 만일 제소할 경우에는 각하판결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기관소송은 법률에 명시된 분쟁사항에 한하여 제소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45조), 한편 지방자치법 제98조, 제157조 내지 159조의 각 명문규정에 비추어 볼 때 쟁점인 주민투표법 상 기초자치단체의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절차적 침해를 이유로 한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장관의 주민투표요구는 도민의견을 제주특별자치도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적 권한에 불과하므로 그 행위자체가 헌법상 보장된 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도내 4개 시ㆍ군을 폐치, 합병하는 사안이므로 시장, 군수가 아닌 제주도지사에게 그 주민투표실시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아가 시ㆍ군의 폐치ㆍ분합에 관한 주민투표실시권한은 국가사무이고 자치단체 또는 기관위임사무가 아니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에서 정하는 권한의 존부ㆍ범위에 관한 쟁송이라 볼 수 없다. 요컨대 권한쟁의심판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끝으로 행정자치부장관이 주민투표 실시요구는 제주도지사에게 ‘점진안’과 ‘혁신안’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도록 공적 심부름을 시킨 것에 불과하므로 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거나 주민의 절차 참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해당 시장ㆍ군수 및 지방의회의 의견을 무시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민투표에 유권자의 다수가 참여하여 찬반의견을 개진한다면 그것이 주민에게 자치권 선택에 대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이 되므로 위헌소지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시의부적절한 헌법심판제기로 도민사회를 벌집 쑤시는 꼴로 만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심판관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도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