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인’ 보다 ‘미친놈’이 행복하다

2015-11-04     최한정

서울 발달장애인 ‘애로사항’ 소식
비장애인 ‘직업훈련센터’ 반대
역지사지 생각 없는 답답한 현실

오프로드 좋아하는 ‘미친놈’
제주 자연 사랑하는 동지들 규합
서울 장애인들 체험행사 계획

“아빠, 저건 무슨 차에요?” 커다란 바퀴에 높은 지상고를 갖춘 오프로드(off-road)형 차량을 선호하던 내 차를 본 조카의 물음에 매형의 대답은 매우 단호하고 시니컬하다. “으응, 미친놈 차!”

자동차를 좋아하던 내가 다양한 종류의 차를 겪으면서 선호도 1등을 차지하는 것은 험한 길을, 아니 길도 아닌 곳을 갈 수 있었던 SUV였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차량으로 진입하기 힘든 코스를 도전하기위해 좀 더 강력한 기능으로 튜닝하면서 소위 ‘미친놈 차’를 보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기성인’인 매형은 눈에 띄는 오프로드 튜닝차가 결코 탐탁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제주의 잘 보전된 자연에 흠뻑 빠지도록 길동무가 돼주고 발이 됐던 SUV로 좀 더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 도내 동호인을 찾았다. 적은 수지만 함께 즐거움을 더 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었다. 그들의 제주 자연에 대한 긍지와 사랑은 대단했다. 제주의 산과 들에서 생생한 자연을 함께 목격했고 감동을 나눴다.

이러던 중 이상한 뉴스를 접하게 됐다. 서울 발달장애인직업훈련개발센터(가칭 서울커리어월드)가 설립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커리어월드가 설립될 곳은 한 중학교 안에 위치한 실습실 건물이다. 학생수가 감소함에 따라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개·보수하고 1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해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반대하는 주민의 주장은 “또래라고 해도 걱정되는 마당에 연령대가 다른 사람들(장애인들)이 들어오면 문제가 생길 확률이 있지 않나”라는 것이다. “이럴 수 가 있을까?” 민주의식만큼이나 시민의식도 함께 성장해 합리적인 지역공생의 문화가 자릴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경우는 장애인을 ‘괴물’로 보는 시각이 아닌가?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치인은 표를 의식했는지 반대주민의 편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듯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곳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니 참담하기만 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다. 비장애인이다. 언제든, 누구나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 용어로서 정의다.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사회라면 부족과 결핍이 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나눔을 행사하고 따뜻한 손길로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사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비장애인으로 역지사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또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제주에서 자연을 즐기고 행복해 하던 동호인들과 함께 나서기로 했다. 오프로드투어를 체험해주면서 대한민국의 보석과 같은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특히 너른 들판과 오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아보지 못했던 지체부자유자들에게 이웃이 존재하고 함께 살고 있음을 알려주고자 한다.

우선 첫째로, 동호인들의 참여의지를 모으고 사용 차량을 점검하기로 했다. 참여 차량의 수가 아름다운 자연에 실어다 줄 ‘마차’로서 인원수송의 가능수가 되겠으니 말이다. 두 번째로, 장애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맛보는 캠핑 바비큐를 즐기게 해줄 참이다. 싱그러운 바람과 새가 지저귀는 숲과 들에서 즐기는 한 끼 식사야 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

세 번째로, 행사 전체를 차지하게 될 체험코스다. 10㎞ 정도의 진행코스는 지역복지회관에서 장애인을 태워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해안도로와 중산간 산록도로를 경유한 뒤 차량 진입이 가능한 목장에서 방목되는 제주마를 만나고 손으로 만져보고 느끼며 인근 오름을 올라 제주의 자연을 맘껏 즐기는 행복한 프로그램으로 짜여 질 예정이다.

불편함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을 괴물로 바라보는 이기적인 비정상인들의 행위를 목격하자니 안타까울 뿐이다. 큰 바퀴로 조카의 눈에 띄며 경이로울 순 있어도 보수적 시각으로 ‘미친놈’ 오프로드 마니아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 순간 ‘미친놈’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