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피해 여성 지원 기관 산북 치중

올 들어 8월 말까지 가정폭력 496건·성폭력 326건
산남 원스톱지원센터 없고 전담의료기관도 1곳 뿐

2015-11-02     김동은 기자

최근 임신 상태에서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A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귀포시에서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해바라기센터를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관내에 종합적인 치료를 담당하는 원스톱지원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이 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 치료 지원은 미흡,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은 496건으로, 지난해 전체 299건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또 이 기간 326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 239건보다 36% 증가했다. 도내에서 하루에 1건 이상 성폭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은 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치료 지원이 미흡하다 보니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전담의료기관을 선정해 여성 폭력 피해자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치료비 등을 지원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한라병원·제주대학교병원·예나산부인과·제주의료원을, 서귀포시는 서귀포의료원을 각각 전담의료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피해자 초기 응급 지원 뿐 아니라 장기 심리 치료 등이 가능한 원스톱지원서비스는 한라병원 내 위치한 제주해바라기센터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여성 폭력 피해자인 경우 정신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는 한라병원에서만 지원되고 있어 산남 지역 피해자들은 제주시 지역까지 와서 종합적인 치료를 받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때문에 여성 폭력 피해자 치료 지원 시스템 정비는 물론 원스톱지원서비스 확대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이 적정하게 분포되지 않고 제주시 지역에만 편중돼 있다”며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여성 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뿐만 아니라 여성 폭력 핫라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치료·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성 폭력 예방 교육을 지역 단위 마을까지 확대 실시하는 등 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