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불문 취업열기 후끈했던 박람회장
우리나라 전체의 ‘사실상 실업자’는 대략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업은 그야말로 최악(最惡)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펴낸 ‘청년실업 전망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청년(15~29세) 고용률은 41.4%로 실업률은 10.2%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실제 체감(體感) 실업률은 20%를 훨씬 웃돈다.
현재 공식적인 청년 실업자 수는 44만9000명이다. 그러나 18만명에 달하는 구직 단념자와 37만명을 상회하는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온갖 대책을 쏟아냈지만 생색내기에 그쳤을 뿐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였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9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5 도민행복 일자리 박람회’ 현장은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저마다의 얼굴엔 간절함과 비장감이 묻어났다.
제주도가 주최한 이날 일자리 박람회엔 도내·외 102개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CJ그룹 계열인 CJ올리브 네트웍스 등 도외 5개 기업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제주YWCA 청년일자리지원센터 등 취업지원기관들도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이번 박람회에는 다수의 청년들을 비롯해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층까지 나이를 불문(不問)하고 찾았다. 그 속엔 3개월 전 제주로 이주해 재취업을 하려는 여성도, 부사관으로 군대를 전역한 사람도 있었다.
취업에 목마른 구직자들에게 일자리 박람회는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취업은 역시 ‘좁은 문(門)’이었다. 뚜렷한 활로가 없는 현실 속 박람회장을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투영된 것은 어렵고도 고단한, 그리고 팍팍한 삶의 흔적이었다.